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상명 Jun 14. 2020

내 고과(考課)가 왜 이렇죠?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

영리 조직이든 비영리 조직이든 모든 조직은 조직 구성원에 대해서 1년에 1번~2번은 고과를 하게 된다. 조직의 성격에 따라 고과를 하게 되는 방법과 내용이 다르지만 말이다.


비영리 조직도 그 조직의 목표에 따라 년간 달성 목표와 중장기 달성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조직 구성원들이 어떻게 달성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가지고 있다. 영리 조직 즉, 기업의 경우는 조직의 목표를 분야에 따라 명확하게 설정한다. 영업부문의 경우 년간 매출, 손익 목표를 정하게 되고, 개발부서는 제품 개발 품질, 납기, 개발 제품수로 정할 수 있고, 제조부문은 생산 납기, 생산 품질, 원가 절감률, 제품 불량 회수율로 정할 수 있다. 서비스 부문은 B/S, A/S 적기율, 친절도로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경영지원, 마케팅 등 간접부문도 년간 목표와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평가를 할 수 있다.


우리는 조직 생활을 통해서 성취를 해나가고, 그 성취로 보람을 느끼고, 이것이 보통 우리의 인생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매년 1번~2번 다가오는 고과는 고과자나 피고과자나 항상 어렵고 힘들다. 대부분의 경우 고과자 이기도 하고, 피고과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고 힘들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유교적 문화기반을 토대로 움직이는 것이 의외로 많다. 표면적으로는 능력과 실적을 중시하는 제도를 운영하더라도 내면과 심리적으로는 연공서열에 대한 의식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재 대부분의 조직은 능력과 실적을 기반으로 하는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가공무원 평가, 급여 제도도 연봉제로 운영되고 있으니, 대부분의 조직이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실제 평가자 즉, 고과자가 피고과자를 평가할 때 온전히 능력과 실적만으로 평가를 하기란 쉽지가 않다.


부서장이 부서원을 평가할 때 A가 B 보다 나이도 많고 입사도 빠른데 하는 생각이 들 때 A가 실적이 우수하더라도 B 보다 평가를 높은 등급 주기가 쉽지 않다. 전임 부서장이 관례적으로 입사순으로 상위 평가 등급을 부여하고 이에 따라 승진이 이루어지게끔 부서 고과를 운영해 왔다고 하면 이를 변경하기가 쉽지 않다. 그 부서 전체의 실적도 보면 타 부서보다 실적이 우수하여 부서장이 상위 평가를 받았던 부서라면 더욱이 그럴 것이다. 공무원 조직은 연공서열적인 경향을 더 심하게 갖는다. 인사 내규상 정해진 지침과는 다르게 관례적으로 이번에는 누가 상위 고과를 받고, 어느 자리로 인사이동을 하게 되고, 거기서 승진을 하게 되면 다음에는 누구 차례이고 하는 것이 거의 암묵적으로 정해져서 이해가 되고 있다. 평가 시 능력이 뛰어나고, 실적도 우수하여 상위 평가를 주고자 하면 본인이 그 평가를 고사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평가에 그가 순번이 아닌데 상위 평가를 받게 되면 조직 내에서 소문이 나게 되고, 뒷말을 듣게 돼서 조직 생활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치를 않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는 승진 시기가 임박했을 때 일에 집중을 하고 성과를 내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조직 생활을 현명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것을 보면 연공서열식 사고방식이 깊게 자리 잡아 변화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업의 경우는 사례가 좀 다르지만, 저변을 지배하고 있는 의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가 크게 늘어나고 확산되는 추세가 이러한 의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식 변화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좀 더 질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으면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평가는 매번 이루어진다.


평가 결과 피드백 면담 기간 중에 부서원이 찾아와 '내 고과(考課)가 왜 이렇죠?'하고 면담을 한다면 부서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러한 면담을 하게 되는 경우는 대부분 능력과 실적보다는 다른 요소를 평가에 반영하였을 것이다. 본인이 달성한 실적보다 저평가를 받았을 때 이의를 제기하는 면담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 이기 때문이다. 부서장은 면담 신청 부서원에게 열심히 설명하지만 부서원이 수긍을 하기는 쉽지 않다. 최종적으로는 부서장이 '나도 힘들다. 이해 좀 해달라'라고 인간적으로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얼마나 궁색한가? 이러한 장면을 피하기 위해서는 고과 시에 무엇보다도 첫째, 실력과 능력 둘째, 조직에 대한 로열티를 바탕으로 한 적극성 셋째, 미래 성장 가능성 넷째, 부정이 없는가 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서 고과를 해야 할 것이다. 고과자들이 이러한 기준을 근거로 평가를 할 때 우리 조직, 사회가 절적인 변화를 도모해 나갈 수 있다.


'내 고과(考課)가 왜 이렇죠?'하고 면담을 하는 경우에 객관적으로 실적과 능력이 부족해도 상위 고과를 부여해 줄 것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는 내 차례이다. 지난번에 양보를 했다. 이일을 잘했다'라고 주장을 한다.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경우에도 피고과자는 연공서열적인 의식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이해와 수긍이 쉽지 않다. 이러한 장면을 피하기 위해서도 고과자는 고과 시에 위에서 제시한 4가지 기준을 근거로 정확하게 평가, 고과를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조직의 성과를 창출하고, 우리 전체의 파이를 키워 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우리 조직에서 '내 고과(考課)가 왜 이렇죠?' 하는 질문을 없애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각득기소(各得其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