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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Aug 14. 2018

곧 리더가 될 사람들을 위한 마지막 조언

매거진 연재를 마치며

'어서 와, 리더는 처음이지' 연재를 마치며 마지막 조언이 있다. 


첫 번째는 리더는 무엇을 버릴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리더가 되면 열정이 넘치고 하고 싶은 일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리더로 해야 할 일들을 새로 채워 넣기 전에 어떤 습관을 버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조지아 대학교 공과대학의 동 류(Dong Liu)교수는 ‘부서장-팀장–팀원’으로 이루어진 조직에서 안 좋은 리더의 행동이 어떻게 전염되는지를 연구했다.* 미국의 자동차 부품 회사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부서장이 모욕적으로 관리할 경우 팀장 또한 그렇게 행동할 확률이 증가하고 팀원들의 창의성이 떨어졌다. 업무 데이터 분석회사 볼로매트릭스(VoloMetrix)의 분석에 의하면, 관리자가 미팅 중에 이메일을 보내는 등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을 할 경우 부하도 똑같이 따라 할 확률이 증가했다.**


중간관리자는 자신이 무엇을 해도 되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상사들을 보면서 배운다. 마이크로매니저 밑에서는 중간관리자도 마이크로매니징한다. 소리 지르는 임원 밑에서는 부장도 소리를 지른다. 이 말을 숙고하면 당신이 그동안 싫어했던 상사의 안 좋은 행동들이 당신에게서도 보일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리더가 되었다면 다른 사람을 대하는 버릇, 습관 중에 버릴 것이 없는지 스스로 돌이켜보자. 처음에는 보이지 않다가 자리에 익숙해진 순간 드러나는 행동들도 있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리더가 해서는 안 될 일을 내가 하고 있지는 않은지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것은 오직 리더의 의지의 문제다. 우리나라에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솔직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조직이 많지 않다. 360도 평가를 도입한 곳도 있지만 아랫사람의 평가가 윗사람의 전체 평가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리더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심지어 저 사람 밑에서 일 못하겠다고 여럿이 퇴사해도 그 상사가 목표 숫자만 어떻게든 채우고 있다면 그 자리에 그대로 두는 꼴을 여러 번 봐왔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조직들은 안 좋은 상사가 본인의 그런 모습을 깨닫지 못하고 그런 방식으로 관리하겠다 마음먹으면 주변에서 쉽게 어쩔 수 없는 구조다. 그래서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권위를 휘두르는 상사가 될 것인지,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을 열린 마음으로 들을 것인지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 선택에 따라 팀원들의 직장생활 희로애락이 결정된다.


두 번째로 리더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리더가 되어 배우면 늦다. 혹시 이 책을 읽으면서 아직 팀의 막내라서 공감이 안 된다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이 고민을 시작할 때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컨설팅 프로젝트 팀의 PM으로 있을 때 일이다. 업의 특성상 우리 부서는 차부장급이 거의 절반이고, 과장이 나머지 30퍼센트 정도, 사원 대리는 20퍼센트였다. 신입사원이 프로젝트 팀의 막내를 벗어나려면 적어도 5년은 걸리고, PM을 맡으려면 10년 가까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그 당시 팀원들과 면담하면서 우리 팀 막내 대리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우리 팀의 인력 구성상 대리님이 프로젝트 막내를 벗어나려면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 몰라요.  밑에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밑에 사람이 생긴 다음에 배우면 늦습니다. 회사에서 기회를 얻을 수 없다면 동호회가 되었든 교회가 되었든 회사 외적으로라도 의도적으로 리더 경험을 쌓으세요."


회사에 따라, 또한 부서에 따라 부하직원이 생기는 속도는 천차만별이다. 부하직원이 생긴다면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는 일찍 고민해도 이르지 않다. 리더는 저절로 되지 않는다. 미리 준비한 리더와 그렇지 않은 리더는 다르다.


우리나라의 수직적 조직문화와 독단적인 리더십 스타일이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심지어 독단적인 리더 자신도 스스로 조직이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리더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고 리더가 되면 우리의 앞 세대를 답습하게 된다. 군대의 악습이 왜 그렇게 변하지 않는지 생각해보면 쉬울 것이다. 


리더 자리를 맡을 준비를 해왔다고 생각했음에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팀원일 때 하던 일을 더 잘한다고 좋은 리더가 되는 것 아니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으며, 그 일이 무엇인지는 팀원일 때는 잘 보이지 않는다.


팀원이 실수를 하면 일을 그르치지만, 리더가 실수를 하면 사람을 잃는다. 실수를 통해서 더 나은 리더가 되기도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좋은 직원들을 떠나보낸 후라면 아쉽지 않을까. 



그동안 매거진 연재를
구독해 주시고
제 책을 구매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서 와, 리더는 처음이지?』 각 장 마지막에는 생각할 거리가 담겨있습니다. 이렇게 연재를 마치는 것이 아쉬워서 생각할 거리들을 놓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모임, '어쩌죠, 리더가 되었어요'를 만들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 많이 신청해 주세요 :)

https://brunch.co.kr/@younghakjang/73



* Liu, D., Liao, H., & Loi, R., “The dark side of leadership: A three-level investigation of the cascading effect of abusive supervision on employee creativity”,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 http://hbr.org/2018/01/if-you-multitask-during-meetings-your-team-will-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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