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문득 질문으로 와서 내 시간에 머물다 가는 것들 중 하나
오늘, 서울은 행사가 많은 날이었을까?
지하철이 다른 날보다 붐볐다.
군중 속에 끼어서 움직일 때마다 이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향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고개를 내민다.
더러는 나처럼 일터로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더러는 학교로 향하는 학생일 테니 그들의 목적지는 분명하게 알겠는데
정년퇴직을 하신 지 오래되었을 듯이 보이는
분들이 이른 아침부터 어디로 향하시는 것인지가 제일 궁금했다.
이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근면성이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안에 드는 부강한 나라를 만들었다는 점을 떠올렸다.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면이 더 많을 수도 있으나,
돈이라는 허상이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상황을
많이 목격했음도 부정할 수 없다.
너무나 오래전 (BC 460 – 377?)의 이야기라, 이 일화는
우리나라, 혹은 현재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류에게 해당하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데모크리토스>의 답이 아닐까? 생각했다.
또한 아무리 좋은 글이나 말도
돈 앞에서 파죽지세로 무너지거나 사라져 버릴 것이라 인정해도
아침 풍경에서 받은 인상으로
문득 떠오른 일화가 집으로 돌아온 후에까지 남아서 옮겨본다.
사람들이 미쳤다고 생각한 <데모크리토스>를 진료하기 위해 찾아갔던
<히포크라테스>가 데모크리토스에게 계속 웃는 이유를 물었다.
”저는 잘못된 행동을 하면서 어리석음만 가득한 사람들 때문에 웃는 것입니다.
<중략>
그 사람들은 끝도 없는 욕망 때문에,
땅끝까지 가서 거대한 웅덩이를 파고는 그 안에 금과 은을 녹인 다음 계속 쌓아둡니다.
더 많이 가지려고 용을 쓰지만 결국 더욱 인색한 사람이 됩니다.
쇠사슬에 묶인 손으로 땅을 파면서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이들 중 몇 명은 땅이 무너져서 숨지기도 하고,
몇몇은 오랫동안 노동하느라 감옥이 마치 고향인 듯 살아갑니다.
그들은 부서진 돌멩이와 흙먼지를 뒤지며 금과 은을 찾지요.
부자가 되기 위해 모래 더미를 옮기고 더 깊이 땅을 파헤칩니다.
어머니 대지를 갈기갈기 찢어 놓습니다. “
사람들이 이렇게 부를 쌓기 위해서 죽음으로 내몰리거나
탐욕으로 인해 자기 파괴적인 위험한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의 어리석음이
웃음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데모크리토스>를 본 <히포크라테스>는 그가 미친 게 아니라
오히려 그의 철학과 세계관이 뚜렷하고 현명한 점에서 감탄한다.
<돈이면 다 된다>, <돈이 곧 권력이다.>와 같은 말이
진리처럼 느껴지는 21세기의 삶이지만,
<돈>을 제일 앞줄에 세워놓고 정신없이 달려가는 삶은 씁쓰름하고 슬프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서 초라하게 밀려나기 싫은 점과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유혹이
사방에 펼쳐졌으므로 더욱 정신 차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유혹에 흔들리다가 정신 차리고
다시 흔들리기를 반복하면서 지금까지 살았다.
아직도 나는 <데모크리토스>처럼 돈을 향해 질주하는 사람이
어리석다고 말하면서 비웃을 배짱도 돈의 위력을 무시할 능력도 없다.
어쩌면 관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이 부분은 딜레마로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정작용처럼 가끔 이렇게 점검 비슷한 행위를 하므로
씁쓸한 기운이 옅어지게 만들고 슬픔을 비우는 게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