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차 이름마저도 예스러워 보이는 것만 같다. 어떤 것이 예스럽냐 물어본다면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카페라는 단어보다 다방이 더 잘 어울릴 것만 같은 이 쌍화차는 드라마 나 짤막한 영상으로만 접해본 기억이 있다. 그런데 오늘 나의 마음에 드는 멋스러운 카페의 메뉴판에서 쌍화차를 발견하였다. 프랜차이즈 카페를 자주 가다 들려본 곳인데 카페가 위치한 골목 특성상 쌍화차는 이곳과 아주 잘 어울리는 메뉴였다. 카페가 위치한 곳은 한의약 재료들을 판매하는 약재 골목이었다.
쌍화차의 묵직한 신선함 에도 나는 고민 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골랐다. 그리고 지운이는 고민 없이 쌍화차를 주문했다. 나에게 쌍화차란 전통차의 최종 보스. 쉽게 도전할 수 없는 메뉴였는데 지운이는 아주 반가운 얼굴로 쌍화차를 주문하였다. 한잔의 차를 기록하는 시작에 지운이의 배 도라지 꿀차가 있었듯 그는 평소 건강한 맛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쌍화차는 지운이가 좋아하는 음료였던 것이다. 편의점에서도 솔의 눈(솔잎 맛 음료)을 찾는 지운이다.
아마 첫 번째 기억이 될 오늘의 쌍화차의 맛은 뭐랄까,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엔 엄청난 재료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는 맛이었다. 혀끝에서 만난 재료의 이름은 한약과 친하지 않은 나로서는 찾아내기 힘들었다. 씁쓸한 한약 맛으로 시작해서 달달한 대추의 맛으로 끝나는 따뜻한 수정과 느낌이었다. 따뜻하게 마셔서 인 건지 잘 다려내어 재료가 묵직하게 우러나온 것인지 묵직한 맛이었다. 몸이 건강해 지는맛.
짙은 한약 같은 쌍화차 위엔 단면이 예쁜 말린 대추와 고소한 아몬드와 잣이 동동 떠 있었다. 한약의 쓴맛을 달고 고소하게 달래주는 친구들 이였다. 처음이라 충격적으로 다가왔지만 예쁘게 찍어 만들어낸 양갱과 함께 꼭 다시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