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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래 Oct 31. 2020

막걸리

잘 발효된 시간

 막걸리는 차라고 하기엔 조금 그럴 수 있으나, 오늘은 예쁜 찻잔에 막걸리를 부어 마셨다.

 오늘 하루 동안 무슨 일을 하였는지 떠올리면 머리가 빙글빙글할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었다. 아침에 일찍 눈을 뜨고 바삐 움직여 첫 식사를 한 것이 오후 4시쯤. 너무 배가 고파서 급하게 밥을 먹고 나니 나의 친구 현진이 에게 연락이 왔다. 현진이는 오랜 시간 일하다가 몸과 마음을 잠시 쉬어 가고자 고향으로 내려온 나의 오랜 친구이다. 그런 현진이는 아직 쉰다는 것을 배워가는 중이다. 온전한 휴식을 위해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싶다는 현진이는 막걸리 만들기를 도전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오늘 현진이의 막걸리가 완성되었다.

 직접 담근 막걸리 너무나도 귀하고 소중하다. 사실 나는 술의 맛은 잘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 현진이는 막걸리만 홀라당 전해주고 가버렸다. 이 또한 막걸리만 주기는 조금 그렇다며 초코바를 넣어주는 현진이. 그런 현진이의 손에 나는 내가 직접 만든 비트 차와 마들렌을 손에 쥐어 보내었다. 30초 즈음의 물물교환식 현진이는 한국인의 정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우정을 기반한 마음이었다.

 술의 맛을 잘 모르는 나에겐 술을 사랑하시는 할머니가 있다. 예쁜 찻잔에 막걸리를 부어 할머니와 함께 마셔 보았다. 파는 막걸리와 비교하였을 때 알코올의 맛이 더욱 강하고 단맛이 덜 하였다. 그래서 꿀을 한 스푼씩 넣어 마셔 보았는데 술의 맛을 잘 모르는 나 조차도 눈이 동그랗게 띄어지는 맛이었다. 뽀얀 막걸리의 색은 마음을 노곤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하루 종일 허기졌는데 막걸리 한잔으로 마음이 가득 채워진 것 같았다.

 바쁜 나날들을 보내왔을 내 친구 현진이도, 바쁜 하루를 보낸 나도 뽀얀 막걸리처럼 잘 숙성되어 행복함에 취하는 나날을 보낼 수 있기를.



예쁜 찻잔에 막걸리를 담고 노릇하게 구워낸 쑥 앙금 떡을 곁들여 먹어보자.

막걸리에 꿀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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