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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미 Oct 12. 2017

나는 매일 세계 여행을 한다

너의 외국어를 들으며,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 미얀마,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일본, 중국, 타이완, 이란,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미국, 캐나다, 페루,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터키, 스웨덴, 네덜란드, 호주, 네덜란드, 잠비아, 그리고 이름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어느 나라들까지.


나는 이곳 출신자들을 모두 만나보았다.

어디에서?

교실에서.

나는 조 선생이다.


다양한 국적 출신의 학생들과 매일 세계 여행을 하듯 함께 했다. 예상하지 못 한 일들을 마주할 때도 있었지만, 여행은 지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신나고 신기했다. 왜 그랬을까? 오랜 시간 흘러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 여행은 곧, 나와 누군가의 인생, 그 자체였다는 것을.


선생인 나는 알지만 주변의 많은 이들은 아직 느끼지 못한 이 사실, 그리하여 주변인들은 여전히 내게 묻는다.

“조 선생, 도대체 누가 한국어를 배우나요?”

또 이렇게도 묻는다.

“그 사람들은 한국어를 배워서 뭐 한대요?”

한국인조차도, 혹은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들도 한국어 학습에 대해 의심 같은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한국어

이 단어만으로도 가슴이 떨렸다는 그들,

한국어가 제게 꿈을 주었다는 그들,

그리하여 무언가를 해냈고, 현재도 무언가를 하고 있는 그들,

전세계 젊은이들이 품고 살아온 한국, 그리고 그들의 현재를 알고 있다.


그들과의 첫 만남을 기억한다.

빠진 앞니를 손에들고 울먹이던 초등학생도, 첫 애인과 막 헤어져 잔뜩 화가 난 고등학생도, 가수를 꿈꾸며 수 차례 오디션에 도전했다는 열아홉 남학생도, 배우 이영애를 만나러 한국에 왔다던 청년도, 책만 펴면 갑자기 눈물을 흘리던 종교인도 있었다. 나는 그들과 인생의 특정 순간을 공유하며 동일한 언어를 썼다. 나는 가르쳤고, 그들은 배웠고, 우리는 함께 이야기했다.


시간은 함부로 흘러가지 않았으며, 크고 작은 의미를 품으며 우리의 인생을 관통해 갔다. 그들은 더 이상, 앞니 빠진 초등생도, 연애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고등생도, 이영애를 짝사랑하는 전직 회사원도아니었다. 시간이 흘러 그들은 변했다. 나의 학생들은 한국어를 배우며 자신들의 꿈을 키워갔고, 실제로 그 모습으로 커갔다. 그들은오랜 시간 한국어를 배우며 커가고 있었다.


누구는 모 텔레비전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해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의 한국 생활 경험담에 대해 설명했고, 누구는 공식 석상에서 일본어와 한국어 통번역을 맡아 했으며, 누구는 한국 여성과 결혼해 곧 아이 아빠가 될 예정이며, 누구는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누구는 한국 문학 번역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또, 누군가는 한국어가 어디선가 들리면 찾아가 한국어로 얘기하고 싶어진다고도 했다.




 이 글은 지난 20년간 한국어 교실을 꾸려 온 나의 이야기이자, 교실 안 학생들, 그리고 교실 밖을 떠나 한국어를 통해 건강하게 제 삶을 꾸려가는 젊은 인재들의 이야기이다.

 내가 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싶은 이유는 바로 이것, 모든 면에서“그들은 살아 있다!” 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전히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인과 어울리며, 살아 있는 내내 또 다른 목표를 세우며 꿈을 꾼다. 그들은 변했지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호기심에 가득찬 눈빛으로 나를 보았고, 한국어를 배우면서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아갔고, 한국어, 한국인들과 연관성을 가지며 삶을 이뤄가고 있었다. 즉, 한국어를 오랜 시간 꾸준히 배워 무언가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꾸리고 있었으며, 한국인과 일상을 꾸리며 자신이 꿈꾸던 미래를 현실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조 선생으로 하루를 산다.


여전히 한국은 외국인을 떠올릴 때면, 한국의 신나고 아름다운 문화를 입을 벌리고 보며 신기해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고스란히 전파에 싣는다. 이제는 그들이 웃기거나 신기한 대상이 아닌,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길목에서 한국과 한국어를 만났을 뿐이라는 점, 아울러 우리는 이들이 한국과 한국어를 진지하게 배워 그 후, 어떠한 변화를 일으켰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그들은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갖고, 한국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그 마음을 자신의 업무와 인생에 품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는 그들과 함께했다. 그들은 나에게서 한국어를 배웠고, 나는 그들에게서 삶을 배웠다. 그들이 사는 곳이 내가 사는 곳이 되었고, 내가 사는 곳이 그들이 사는 곳이 되기도 했다. 그들의 기쁨과 아픔과 성취가 내 안에 들어왔고, 그들은 나의 기쁨과 아픔과 성취가 되었다. 그들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함께 하며 나 또한 성장했다. 그들은 나의 학생이자, 친구이자, 동료가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이들과 함께 세계 여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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