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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애려고 노력한 적 있습니다

자라나는 과거

by 영무

'현재의 나를 괴롭히는 건 과거를 놓지 못하는 나입니다'​

명상 시작 전 선생님의 말에 뜨끔한다.

흘러가는 과거를 낚아
기어이 현재로 건져 올리고 마는 나.

내가 날 괴롭히고 있다.

과거는
구근도 아닌 것이
빈 땅인 듯 조용히 지내다
따뜻해진 현재를 뚫고 올라온다.

잎을 내고 꽃대를 올리는 생각,
반복해서 잘라내는 나.​

뿌리를 이해하지 못한 대가는
평화 속에 트는 새싹으로 내게 찾아온다.

무한히 꽃을 지워나가야 할까,​
그냥 지켜봐야 할까,

혹시 뿌리를 이해하면 지울 수 있을까?

'현재에 집중하세요. 매트 위에 누운 나로 돌아오세요'

23.11.09.


힘든 시기, 몸이 필요한 것을 원하듯이 자연스럽게 명상수업을 다녔습니다.

분명 마음을 덜고 싶어서 찾아갔는데 그 고요함이 오히려 제 안의 깊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더라고요.

근데 그 순간 제 속을 읽은 듯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생각을 놓아주세요'


이 괴로움이라는 거, 내가 잡고 있구나.

놓아주지 못하고 내 안에 가둬 기어이 이해하려고 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우고자 하는 그 마음자체가 괴로움을 상기시키는 노력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도 비슷한 괴로움을 겪어보신 적 있나요?


선생님의 말을 되새기고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듯 멀어져 가는 싱잉볼 소리를 쫓으니 땅에 닿아있는 제 몸과 소리를 쫓는 감각만 남았습니다.


내 안에 괴로움이 있다면 남은 구근을 곁눈질하는 힘든 일은 마시고 현재를 감각해 봐요.


우린 늘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그리지만 이 순간에 존재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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