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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훈 May 16. 2020

5.18의 숨은 주역, '황금동 여성들'을 찾습니다

그들의 이름을 호명하고, 그들의 헌신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황금동 여성들’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2년 전에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처음 알게 되신 분도 있고, 이 기사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황금동 콜박스 유흥가에서 일했던 여성들은 5.18 민주화운동의 숨은 주역이었습니다. 차별과 편견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장 적극적으로 항쟁에 참여했던 여성집단 중 하나였습니다. 헌혈에 앞장서고 도망치던 시민군을 숨겨주고, 주먹밥을 날랐으며, 맥주병과 짱돌을 던지며 함께 싸웠습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 공식적으로 남아있는 기록이 없습니다. 황금동 여성들의 존재와 활약상은 대부분 구전으로만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5.18 이후에 그들은 다시 황금동 유흥가로 돌아갔고, 역사 속에서 사라진 존재가 됐습니다. 그들의 항쟁 역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들을 전설 속에 두는 게 아니라, 역사 속에 기록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증언이 꼭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올 초부터 그들을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취재차 만나거나 전화하는 분들마다 찾기 어려울거라고 했습니다. 너무 오래된 일인데다가, 민주화항쟁 인사 중 5.18 이후 그들의 행적을 아는 이들이 없어서였습니다. 


결국 저는 취재에도, 원했던 기사를 쓰는데도 실패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실패’를 기사로 쓴 이유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광주 시민’으로서 싸운 이들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지금까지, 이들을 제대로 호명해내지 못할까요. 소위 천대받는 직업이거나 낮은 계층이었다는 이유만으로 황금동 여성들의 헌혈을 거부하던 그 시선이, 여전히 그들의 증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민주화운동이 지워지게 내버려둬선 안 됩니다. 그건 분명 개인 차원의 ‘자랑스러운 일화’가 아니라 모두가 기억해야할 중요한 역사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우리는 잊힌 이 여성서사를 다시 길어내야 합니다. 


황금동 여성들을 꼭 찾고 싶습니다. 지금껏 묻혀있었던 그들의 5.18 당시 활약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당사자들을 찾아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이유에서만은 아닙니다. 황금동 여성들 중 5.18유공자로 인정 받은 사례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이분들을 5.18유공자로 인정받게 하는 데까지 나아갑니다. 황금동 여성들의 항쟁을, 국가도 ‘공인된 역사’로서 기억하고 되새겨야 합니다.  


5.18 민주화운동의 숨은 주역이었던 그들이 부디 이 기사를 볼 수 있도록, 많은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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