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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Apr 10. 2024

모스크바 강변을 유람하며 과거와 현재를 읽다

강줄기 따라 떠나는 수도 탐험

서울에 한강이 있듯 모스크바에는 모스크바강(река Москва)이 있다.

모스크바강은 크렘린의 시초가 됨은 물론,

도시의 오랜 역사와 맥을 함께하고 있다.


북서부에서 들어와 도심을 흘러 동남부로 나가는 모스크바강은 수도를 관통하는 길이만 80km에 달하여, 도심을 굽이굽이 흐른다.


모스크바강과 크렘린(출처: trip-for-the-soul.ru)


모스크바강을 중심으로 크렘린과 붉은 광장, 공원과 성당 등 역사적 랜드마크와 아름다운 도시 광경이 이어진다. 그래서 모스크바강 유람선 투어는 수도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어 여행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유람선은 일반적으로 우크라이나 호텔에서 출발해 자랴지에 공원을 지나 코첼니체카야 강변까지 서에서 동으로 운행되며, 2시간 반이 소요되는 꽤 긴 동선을 지난다.


우크라이나 호텔 옆 유람선 선착장, 모스크바강 위를 달리는 유람선(출처 yandex.ru, fotoxcom.ru)


지금부터는 유람선 방향의 역순으로 강변을 거슬러 동에서 서로 유람해보려 한다.

모스크바 중심을 시작해 성당과 공원, 기념비적 랜드마크를 지나, 가장 현대적인 스폿까지 안내하겠다.  도시의 발전을 대략적으로나마 가늠하게 될 것이다. 강줄기 따라 스탈린 양식의 7개 건축물(스탈린 마천루 또는  일곱 자매семь сестёр)을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모스크바는 산책하기 좋아서, 꼭 유람선을 타지 않아도

강변을 유랑하듯 걸으며 마음에 드는 포인트를 여유롭게 방문해 보는 것도 나름의 멋이 있다.



모스크바강 따라 과거와 현재를 찾아서


모스크바강 따라 떠나는 도시 기행(지도 출처: yandex.ru/maps)


모스크바 중심은 크렘린과 그 성벽 바깥에 있는 압도적인 붉은 광장에서 시작된다.

시내에서 붉은 광장 입구쪽만 살짝 들러봤다면 아마도 그 너머의 모스크바강까지는 못 보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성 바실리 성당을 지나 만나는 모스크바강 근처에 지나쳐서는 안 될 공원이 있으니 일단 직진을 하.


① 자랴지에 공원 Парк Зарядье


붉은 광장을 가로질러 모스크바강 방향으로 나오면 왼편에 커다란 현대적인 자랴지에 공원이 펼쳐진다. '자랴지에(зарядье)'는 '시장 뒷골목'이라는 뜻인데, 본래 오랫 동안 무역을 위한 시장 공간이었던 붉은 광장 뒤로 공원이 위치해그런 의미의 이름이 붙여졌다. 이처럼 러시아의 지명이나 명칭은 알고 보면 매우 단순하고 직관적일 때가 많다.


자랴지에 공원(출처: flectone.ru)


자랴지에 공원은 2017년 9월 시민을 위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오픈했다. 공원 조성에는 세계적인 건축가와 도시학자, 조경 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나무와 숲이 가득한 자연주의 콘셉트 속에 미디어 센터, 야외 공연장, 식물원 등이 다채롭게 조화를 이루는 공원은 2018년 타임지 세계 명소로도 선정된 이력을 가진다. 특별히 공원 내 모스크바강 위로 떠있는 하늘 다리는 크렘린과 성벽, 도시파노라마가 한눈에 들어오는 둘도 없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모스크바강 위로 난 자랴지에 공원의 하늘 다리(출처: 29palms.ru)


원래 공원 자리에는 소련 시절 ‘로시야(Россия)’ 호텔이 지어졌다. 객실만 2,772개, 세계 최대 규모의 호텔이라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기도 했단다. 하지만 로시야 호텔은 2006년 철거되었고, 호텔이 있던 터는 한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자랴지에 공원이 들어서면서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자랴지에 공원 자리에 있던 옛 로시야 호텔(출처: zelengarden.ru)
< 자랴지에 공원 >
- 주소 : ул. Варварка, Москворецкая наб.(바르바르카 거리와 모스크보레츠카야 강변로 사이)
- 찾아가기 : 메트로 6호선, 7호선 Китай-город(키타이-고로드)역에서 도보 6분


②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 Храм Христа Спасителя


자랴지에 공원에서 서쪽으로 내려오면 크라포트킨스카야 메트로역 근처에 거대한 황금 을 가진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이 보인다. 크기가 너무나 압도적이라 멀리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고, 가까워질수록 웅장함에 감탄이 절로 다.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은 러시아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진 최대의 정교회 성당으로, 높이가 103m에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성당 꼭대기 전망대가 있는데, 수많은 계단 오르기를 감수해야만 모스크바의 멋진 전경을 만날 수 있다.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출처: architectureguru.ru)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은 1812년 러시아가 조국 전쟁(나폴레옹 전쟁)에 승리한 이후 조국을 구원한 구세주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건축을 시작했다. 원래참새 언덕에 지으려 했으나 무산되었고, 1839년 크렘린과 멀지 않은 지금의 장소에 터를 잡아 첫 예식을 드리기까지는 무려 44년이 걸렸다. 당이 봉헌되기 1년 전 승리를 기념하는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 첫 공연이 이곳에서 드려졌다.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 내부. 1만 명 수용 가능하다(출처: fotosharm.ru)


하지만 지금의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 건물은 19세기 때 지은 오리지널이 아니다. 이 성당도 스탈린 집권 당시 보존되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당 자리에 소비에트 궁전을 지으려 하였으나 실현되지 못하고, 그 대신 거대한 모스크바 수영장이 들어서기도 했다. 현재 보는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의 모습은 1994~1999년 재건한 것이다. 19세기 본래 성당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고, 재현의 결과물은 20세기 마지막 날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세기를 걸쳐 사연도 많고 간절한 기도도 가득한 성당임은 틀림없다.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 자리에 있던 대형 수영장(출처: bangkokbook.ru)
<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 >
- 주소 : ул. Волхонка, 15(볼혼카 거리)
- 찾아가기 : 메트로 1호선 Кропоткинская(크라포트킨스카야)역에서 도보 3분


③ 표트르 대제 동상 Памятник Петру I


구세주 성당에서 모스크바강을 따라 내려가면 모스크바강 인공섬 위에 거대한 배를 타고 도약하는 표트르 대제 동상이 나온다. 동상의 전체 높이는 무려 98m에 달하고 표트르 대제 몸 길이만 19m를 차지엄청다. 겹겹이 수많은 배들이 받고 있는 큰 배 위에 표트르 대제가 손을 들고 있고, 그가 든 두루마리와 러시아 해군 깃발만 금빛으로 빛나 유난히 눈에 띈다.


모스크바강 가운데 표트르 대제의 동상(출처: fotokto.ru)


표트르 대제 동상의 공식 명칭은 '러시아 함대 300주년 동상'이다. 러시아 함대 300주년을 기념 만든 동상으로 조지아 출신의 조각가 주랍 체레첼리(Зураб Церецели, 1934~) 작품이다. 체레첼리는 승리 공원 기념탑, 마네쥐 광장 청동 조각상, 모스크바 현대 예술 박물관 등 도시 곳곳의 주요 조형물을 만든 러시아 예술계의 유명 인사다. 그가 만든 모스크바강 표트르 대제 동상은 1997년 9월 5일 모스크바 탄생 8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선보이게 되었다.


배 위 표트르 대제의 모습, 이를 만든 주랍 체레첼리(출처: www.tart-aria.info, wiki2.org)


그런데 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아닌 모스크바 한복판에 표트르 대제를? 설립 당시 이에 대한 의문과 함께  크기와 비율, 설치 장소까지, 당시 대중과 전문가들의 비난과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그래도 어쨌든 살아 남은 동상이 지금은 시아에서 가장 높은 상징물 하나로, 제국 시절 영광을 상기시킴은 물론 누구나 눈길을 줄 수밖에 없는 작품이 됐다.

< 표트르 대제 동상 - 러시아 함대 300주년 동상 >
- 주소 : Крымская наб.(크림스카야 나베레쥐나야)에서 보이는 인공섬
- 찾아가기 : 메트로 1호선 Кропоткинская(크라포트킨스카야)역에서 도보 15분


④ 고리키 공원 Парк Горького


표트르 대제 동상에서 남부로 내려가면 모스크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고리키 공원이 강변을 따라 쳐진다. 강변이 보이는 확트인 환경에서 인라인스케이트나 스케이트 보드 등 각종 스포츠 및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다. 꼭 야외 활동이 아니더라도 공원에는 카페와 미술관, 공연장 등 다양한 시설도 갖춰져 있어 주말이면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겨울에는 아이스링크가 오픈한다.


고리키 공원(출처: gagaru.club)


고리키 공원으로 가려면 보통 메트로역 파르크 쿨투리에서 모스크바강 위 크림 다리를 건너야 한다. 늘어진 케이블이 멋진 크림 다리는 1938년 완공되어 688m 길이에 만 톤이 넘고, 4개의 철탑이 있다. 밤에는 조명으로 아름답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이 다리를 거닐며 도시의 파노라마를 즐긴다. 크림 다리 또한 고리키 공원과 함께 명소가 되었다.


고리키 공원으로 가는 크림 다리(출처: ru.dreamstime.com)


1928년 모스크바 강변에 조성된 고리키 공원은 1932년 문학가 막심 고리키의 활동 40주년을 기념 그의 이름을 붙였다. 한때 이곳에 위험을 담보로 하는 놀이공원이 운영되기도 으나, 2011년 보수 공사로 휴식과 창조, 여가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공원 영역 강변을 따라 위아래로 매우 넓다. 메인 공원인 파르테르, 주변의 니스쿠치니 정원, 참새 언덕, 무제온 예술공원까지 아우른다. 특별히 무제온 예술 공원에는 러시아 아방가르드와 사회주의 리얼리즘 등 현대미술을 조망할 수 있는 트레야코프 미술관 신관이 위치해 있어, 문화 생활까지 충족시키기 충분하다.


이처럼 고리키 공원은 모스크바의 문화가 있는 대표적인 휴식처로강변 따라 걷 최적의 장소라 하겠다.


고리키 공원 강변 풍경, 강변의 트레치야코프 미술관 신관(출처: dzen.ru)
< 고리키 공원 >
- 주소 : ул. Крымский Вал, 9(크림스키 발 거리)
- 찾아가기 : 메트로 1∙5호선 Парк культуры(파르크 쿨투리)역에서 도보 15분 또는 메트로 5∙6호선 Октябрьская(악차브리스카야)역에서 도보 10분


⑤ 참새 언덕 Воробьёвы горы


파리에 몽마르뜨가 있다면 모스크바에는 참새 언덕이 있다!

고리키 공원 서남부로 내려가면 모스크바의 또 다른 명소, 참새 언덕을 만난다. '산'이라는 단어가 쓰이지만 엄밀히 '언덕' 수준이다. 그래도 80m 높이라 나름대로 도시의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높은 지대에 속해 스키 점프대가 있고 여기서 대회가 실제로 열리기도 했었다. 언덕 전망대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면 가까이는 모스크바강과 루쥐니키 경기장, 멀리는 모스크바 시티 및 시내 전경이 보인다. 루쥐니키 경기장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열렸던 곳으로, 450일 만에 지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참새 언덕에서 내려다 본 풍경. 강 건너 루쥐니키 경기장(출처: happy-laser.ru)


참새 언덕의 명칭은 14세기부터 있던 마을 '바라비요보(Воробьёво)'에서 왔다. 바라비요보의 어원이 '참새'라 참새 언덕이라 부르게 됐다. 당시 마을의 흔적으로 남아있는 언덕에 있는 작은 삼위일체 성당뿐이다. 마을은 이후 황제의 거주지가 되기도 했다.


참새 언덕 전망대 풍경, 언덕 위 오랜 역사의 삼위일체 성당(출처: bangkokbook.ru, fotokto.ru)


언덕 위 전망대 발코니에서 뒤를 돌아보면 거대한 성과도 같은 모스크바 국립대(엠게우) 본관이 위엄있게 서 있다.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스탈린 양식의 고층 건물 일곱 채 중 여기가 240m로 가장 높다. 모스크바 국립대는 노벨상 수상자를 11명 배출한 명문대로서, 1755년 과학자 미하일 로모노소프의 제안으로 설립되어 지금 자리에는 1953년 자리잡아 참새 언덕을 빛내고 있다.


한편, 2018년부터는 참새 언덕에서 모스크바강 너머의 루쥐니키까지 모스크바 최초의 케이블카도 운영되고 있어, 모스크바강과 참새 언덕 인근을 운치 있게 감상하며 이동할 수 있다.


참새 언덕 위 모스크바 국립대와 케이블카(출처: bangkokbook.ru)
< 참새 언덕 >
- 주소 : ул. Косыгина(코시기나 거리)
- 찾아가기 : 메트로 1호선 Воробьёвы горы(바라비요비 고리)역에서 도보 12분


⑥ 모스크바 시티 Москва-Сити


참새 언덕에서 모스크바강을 따라 북으로 올라서 러시아 연방 정부 건물과 우크라이나 호텔을 지나면  모스크바 시티가 나온다. 1996년부터 건설되기 시작하여 차츰 조성된 국제 비즈니스 단지로, 우뚝 선 고층 건물들이 모스크바 강변에 서있는데 기존 도시와는 전혀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모스크바 강변의 모스크바 시티(출처: bondik-kids.ru)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40~90층 고층 건물이 한데 모인 이곳에는 쇼핑몰, 전망대, 뷰 좋은 레스토랑 등이 있어 비즈니스만이 아니라, 문화와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대. 단, 건물이 여러 채라서 찾아갈 목적지가 어느 건물 몇 층에 있는지를 알고 가야 헤매지 않는다. 모스크바 시티는 메트로역과 연결되어 있어 접근성도 좋다. 


모스크바 시티의 쇼핑몰인 아피몰(출처: barnes-moscow.com)


이곳에서는 특별히 고층에서 즐길거리를 놓치면 안 되겠다. 페더레이션 타워 89층 '파노라마360'에서는 도시의 숨막히는 전경을 만날 수 있다. 또 같은 건물 62층 레스토랑 식스티(Sixty), 오코 타워 85층 루스키(Ruski)는 높은 곳에서 아래로 펼쳐진 도시를 내려다 보며 식사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뷰 좋은' 고급 레스토랑이다. 꼭 한 번은 이곳에서 모스크바 전망을 보고 싶다.


모스크바 시티 고층 레스토랑에서 만나는 뷰(출처: horosho-tam.ru)
< 모스크바 시티 >
- 주소 : Пресненская наб.(프레스넨스카야 나베레쥐나야) 모스크바 강변에 위치
- 찾아가기 : 메트로 4호선 Международная(메쥐두나로드나야), 8А∙11호선 Деловой центр(젤라보이 첸트르)역에서 도보로 2~3분




이렇게 모스크바 강변 유람이 끝났다.

모스크바의 매력은 참 다채롭다.


강변 따라 이어지는 도시 속 장소마다 모스크바의 지나온 시간들과 그곳 사람들의 숨결이 있다. 사실 속속들이 더 많은 곳을 소개하고 싶지만, 대표 명소 위주로 산책해 봤다. 모스크바강이 둘러싸인 이 여섯 명소들만으로도 고대부터 현대까지 도시가 발전한 모습을 마치 시간순으로 본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모스크바 과거와 현재(출처: cont.ws)


진짜 매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러시아의 현대와 과거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대도시 모스크바,

사람의 손이 그 어느 곳 하나 거치지 않은 곳이 없어 더 아름다운 도시 모스크바,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진다!




모스크바를 거닐어 보는 또 다른 방법!



* 커버 사진 출처 : mixyfotos.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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