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보다 모든 면에서 뒤처져 있던 러시아가 18-19세기 그들의 것을 받아들여 문화예술, 사회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만의 독자적인 것을 창조해낸 과거가 되살아난 듯했다. 그런 저력의 러시아가 21세기에도 이미 서방의 제재에 맞서서 또 다른 새로운 히스토리를 쓰고 있었다.IT의 발달로 편의가 좋아지고, 꽤 괜찮은 물건을 수입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제조할 줄 알며, 도시 곳곳에는 최신의 고급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렇게 할 줄 다는데 지금까지 자원만 믿고 안 한거였을까? 합리적인 의심이 들 정도다.
2024년 6월 모스크바 한국 소비재 로드쇼에서 선보이는 케이팝 댄스팀의 춤(출처: 저자 제공)
우리에게 또다른 청신호도 있다.
러시아 곳곳에서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넘쳐나고 있다. 케이팝에 맞춰 제법 춤을 잘 추는 현지 댄스팀들이 있는가 하면, 한국적인 분위기에서 한식을 즐기며 그 문화 자체를 진심으로 즐기는 이들이 줄을 섰으며, 한국 콘텐츠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러시아인의 수가 상당하다.
이미 러시아 대중들에게 한국은 절대적으로 호감이 가는 나라일 수밖에 없다.
<날아가버린 풍선>, 세르게이 루치시킨作, 1926년
하지만 정치적 현실을 살펴보면, 아주 좋은 상황인 것 같지는 않다.
러시아는 직간접적으로 한국을 원하는 제스처를 여러 번 보였지만 한국은 오히려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도 등을 돌리려는 모양새다. 여전히 한국은 러시아의 비우호국 리스트에 남아 있다.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러시아인들을 보면 '한국이 왜 비우호국이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정치·외교적 출구가 안 보이는 양국 현실, 그리고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러시아 대중의 모습. 참 대조적이다.
왜 민간 교류조차 정치 상황으로부터 완전 자유로울 수 없는가?
그 불일치에 현 상황이 더욱 답답하기만 하다.
사실 '서랍 속 잠든 러시아 꺼내 보기' 연재를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4개월 여 시간 동안 러시아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나 러시아의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북러 밀착 등으로 오히려 악재들만 늘었다.
오해는 한번 깊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법.
이런 때일수록 러시아 알기를 더욱 힘써야 할 때가 아닐까?
어떤 입장을 가지고 러시아를 바라보고 대할 것인가가 앞으로는 더욱 중요해졌다.
지금은 옛날처럼 정답이 정해져 있는 세상이 아닌, 영원한 1인자는 없는 세상,아무 의심없던것들이 단번에 뒤집히고도 남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적 소명 속에서, 변함 없는 것들에 대한 가치는 인정되어야 한다.
미약하나마 연재 속 두 도시 이야기를 통해서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시선만큼은 조금은 말랑말랑해졌기를 바란다.
모스크바강과 참새 언덕(출처: 저자 제공)
* 커버 사진 출처: dzen.ru
★ 연재물 내 출처가 명시된 사진을 제외한 본문의 모든 텍스트 및 내용 구성에 대한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Copyright by 모험소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