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동기가 재입사의 동기

1년 반 만의 비정상적인 컴백

by 모험소녀

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퇴사 이후 후임자의 업무 문의 연락 말고는 처음이었다.


회사에 다시 와서 일할 생각 있어요?


통화하면서 내 귀를 의심했다.

알고 보니 회사에서 퇴사 직원들에게 연락을 돌리며 재입사 의향을 묻고 있는 거였다.

(생각해 보면 회사가 머리를 참 잘 썼다. 새사람보다 회사를 잘 아는 사람을 뽑는 게 여러모로 이득일 테니.)


솔직히 퇴사하고 나서 회사 생각을 전혀 안 했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약간의 후회, 절반의 그리움, 그런 애증의 마음은 늘 있었다.

거기에다 방황 중에 현실을 직시하다 보니 아마 더 흔들렸을 거다.


내가 그 때는 어린 마음에 잘못 판단한 게 아닐까.
회사의 덫에 빠졌던 그때 내가 의식적으로 스스로에게 여유를 좀 줬으면 낫지 않았을까.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는 것보다 친근한 얼굴들 있는 여기서 다시 시작하는 게 더 수월하지 않을까.


온갖 생각이 들면서 나는 다시 확인하고 싶어졌다.

다소 성급했던 나의 첫 퇴사가 옳은 선택이었는지 말이다.

사실 퇴사 후 1년 반의 시간이 지난 시점으로 회사에 대해 예전보다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 지라,

거의 마음은 다시 가서 일하는 걸로 기울고 있었다.


그다지 좋은 조건이 아닌데도

재입사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나를 필요로 했던 팀에 있었다.

처음 팀을 방문해 윗분들께 인사 드리러 갔는데,


"진영, 왔구나!"


장난스레 이야기 건네며 나를 반기는 동기 오빠들이었다. 같은 팀에 동기가 무려 세 명이 있었다.

퇴사 즈음에는 내 옆에 한 명도 없던 동기가 여기 셋이나 있다니.

회사 적응에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다시 이들과 일하면 즐겁게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사람에 지쳐 나왔던 회사인데,

나는 사람 때문에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내 사랑 동기가 동기가 되어 말이다.


물론 계약직으로 재입사한 거라 예전의 직위로 복직된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정말 운명인가' 생각하게 된 건,

이런저런 이유로 뒤늦게 체결된 고용 계약서 날짜를 보고나서였다.

내 첫 입사일과 재입사 계약 시작일자가 똑같은 게 아닌가?

너무나 놀랐다. 내가 이곳에 남아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생긴 했다.


오랜만에 복귀해 반가운 얼굴들을 보니 너무 좋았다.

어쩌면 나는 회사보다 그곳 사람들이 더 그리웠던 게 아닐까.


"그 동안 얼굴 안 보이던데. 출산 휴가 다녀온 건가?"


내가 퇴사했다가 컴백한 건지 모르는 분들은 시집도 안 간 나를 엄마로 만드셨지만 그래도 뭔 상관이랴.

본사에 동기들도 많았고, 날 믿어주고 예뻐해 주던 분들과 다시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계약직이든 뭐든 이제는 다시 밥벌이 하게 됐고, 부모님도 좋아하시니 그걸로 됐다.

그저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있겠지'하는 열린 마음으로,

나는 이제 어차피 동기들처럼 정규직도 아니니 한 걸음 물러서서 업무에 임하리라 다짐했다.


그 마음 오래도록 갔으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생각보다 약발이 오래 가진 않았다.

내가 '해오던 가닥'이 있으니 말이다.



Point 10. 도피처 같은 동료는 힘이 된다!

내가 재입사를 하게 된 결정적인 동인은 동기들이었다. 물론 입사 동기라고 해서 모두 사이가 좋은 건 아니지만, 의지되는 한 두 명만 가까이 있어도 충분하다. 동기가 아니어도 나를 잘 알고 옆에서 이야기 들어 줄 내 편이 있다면 회사 생활에서 어려운 일들은 '견딜 만한 것'으로 바뀐다. 누군가의 업무가 과중하면 서로 도와주고,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만났어도 그냥 같이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법. 그렇게 내가 피할 도피처가 되어주는 동료는 회사 생활에 큰 힘이 된다. 회사에 좋은 사람들만 있다면 참 좋으련만 그런 것은 아닐 터. 반대로 어떤 사람은 이름만 대도 누구나 같이 일하는 것을 꺼리고 심지어 그 때문에 회사에 오기 싫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기피 대상이 되는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주로 업무에 따른 것이기 보다는 개인의 특이하고 괴팍한 성격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나 저러나 사람은 무난한 게 좋은데, 안타깝게도 사회에서는 그런 사람들 만나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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