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전시장까지 작품을 호텔 셔틀로 편하게 이동했다. 셔틀은 높은 천장이 있는 밴이라서 커다란 캔버스를 운송하기에 매우 편리했고, 셔틀을 사용하는 사람도 나밖에 없어서 매우 좋았다. 심지어는 전화만 하면 시내 다른 장소에서 픽업 요청도 가능했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시내 호텔을 예약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덕분에 친절한 기사가 있는 나만의 벤을 얻었고, 대부분의 장소는 도심에 모여있어 걸어서 샅샅이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전시가 끝나기 전에 나 혼자 귀국을 해야 할 때 작품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여행을 떠났다. 운송과 보관에 대한 것은 여전히 숙제였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것은 입국과 현지에서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한 것까지만으로도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생스러웠다. 시간적 여유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모든 걸 내 계획의 손아귀에 넣을 수 있다면, 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작품이 완성되고 전시 장소까지 운송방편을 쉽게 해결한 후에, 나는 여행의 모든 부담을 내려놓고 그제야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제는 온전히 펼쳐질 시간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카페 테이블 한 구석에 라벤더 라떼 한 잔을 들고 앉았다. 몇 주간 온 신경을 쓰느라 정신없이 보냈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이젠 모든 게 평안해졌다. 라떼가 라떼가 아니라 라벤더 라떼라는 사실조차도 기분이 좋았다. 별게 다 기분이 좋았다. 보이는 모든 풍경과 사람들이 정겨웠다. 풍경은 낯선데, 낯설지 않았다. 내 마음은 이곳이 고향인 듯 정겹게 느껴졌다.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나왔다. 그냥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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