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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May 18. 2024

그런 사람

한 시간 남짓 만에 다 읽고 어젯밤 감상문을 남겼던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작품 '체스 이야기'에 이런 문장이 있다. 


"살아오면서 자기 의견을 가차 없이 관철시키는 데에 익숙해져 있고 실제로 성공한 탓에 버릇이 잘못 들어서, 그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자신이 우월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모든 저항은 무례하기 짝이 없는 거역이 되었고, 거의 모욕처럼 그를 자극했다. ……  그는 뭔가 하나에 꽂히면 제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깊이 공감을 하며 밑줄을 그었다. 자기중심적이고 무례한 사람을 묘사하는 부분도 탁월하지만 내 시선이 한동안 멈춘 곳은 "실제로 성공한 탓에 버릇이 잘못 들어서"였다. 많은 것이 압축적으로 담긴 문장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떠올려보았다. 실패 없이 이른 나이에 사회적 성공 (우리가 출세라고 부르는)을 거머쥔 자들의 모습이 흡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패가 꼭 필요한 거구나,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구나, 이런 과정 없이 탄탄대로 성공의 길로 접어드는 건 비극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세상으로부터 불필요한 주목을 받고, 미성숙한 누군가의 우상이 되기도 하고, 독식하는 자들의 행로가 사회에 그리 유익하지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잠깐 빛나고 마는 별 같은 인간들. 빛나지 않아도 된다. 주목받지 않아도 된다. 묵묵히 내가 아닌 남을 향한 삶을 일상의 작은 행동으로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면 된다. 은은한 작은 빛만 지속적으로 내면 된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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