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왜 꿈이 없을까?

꿈이 사라진 세대, 희망을 되찾기 위한 조건

by 이제이


“장래 희망이 뭐니?”

예전에는 이 질문에 눈을 반짝이며 “과학자요!”, “화가요!”, “축구선수요!”라고 대답하던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모르겠어요”, “글쎄요...”, 혹은 “꿈 없는데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 말 안에는 단순히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아예 꿈이라는 개념 자체에 거리감을 느끼고 있거나, 꿈을 꾼 적조차 없다는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 세태 1: 정답을 강요받는 사회, 오답이 두려운 교육


대한민국의 교육은 여전히 ‘정답 찾기’ 중심입니다. 수업은 문제 풀이로 시작해, 정답으로 끝납니다. 교사 역시 창의성보다는 오답률을 관리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 따르면 아이들은 ‘구체적 조작기’ 이후 점차 ‘추상적 사고’를 통해 스스로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데, 지금의 교육은 아이들의 탐색 욕구를 철저히 ‘시간표’로 막고 있습니다.


"왜 공부해야 해요?"

"모르겠어요, 그냥 하래서요."

이런 아이들의 말은 단지 학습 의욕이 낮아서가 아니라, ‘공부를 통해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 세태 2: 꿈조차 비교되는 사회


꿈을 꾸는 행위조차 비교의 대상이 되는 시대입니다.

SNS 속 다른 아이들의 성과, 외모, 삶의 질은 현실보다 훨씬 더 매끄럽게 편집되어 있습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나도 무언가 되어야 해’가 아니라, ‘나는 저렇게 될 수 없어’라는 감정을 더 자주 품습니다.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의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개념에 따르면, 반복적인 좌절 경험은 결국 스스로의 시도조차 차단해 버립니다.

결국 “모르겠어요”, “꿈 없어요”라는 말은 시도해 봤자 안 될 거라는 자기 포기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진짜 꿈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가?


많은 사람이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해요”, “아이의 재능을 찾아줘야 해요”라고 말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경험이나 재능은 '꿈을 꿀 의지'가 있을 때만 비로소 의미를 갖습니다.


필자는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이, 오늘날 아이들에게 진짜 '꿈을 다시 꿀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조건 1: ‘쓸모’보다 ‘호기심’을 중심에 둔 교육


플라톤은 『향연』에서 인간의 모든 탐구는 ‘에로스’—곧 알고 싶고, 느끼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열망에서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꿈이란 그런 호기심의 결정체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이게 나중에 뭐가 되느냐’가 아니라,

“이거 너무 재밌어요!”, “왜 이건 이렇게 생겼지?”라는 작고 진솔한 질문을 허용하는 시간과 환경입니다.




● 조건 2: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수 있는 ‘단 한 명의 어른’


정답을 알려주는 어른보다,

질문을 끝까지 들어주는 어른이 아이의 꿈을 지켜줍니다.


심리학자 도널드 위니콧(Winnicott)은 ‘거울이 되어주는 양육자’를 통해 아이의 자아가 건강하게 성장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게 뭐가 되고 싶다는 뜻이야?"

"음, 멋지네. 그게 왜 좋았어?"

이런 질문을 해주는 어른 한 명이면, 아이는 자기 안의 가능성에 확신을 갖기 시작합니다.



● 조건 3: 실패가 허용되는 문화


꿈을 꾼다는 건 ‘실패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실패에 너그럽지 못합니다. 아이들도 이 사실을 일찍부터 눈치챕니다.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의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은 말합니다.

실패를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아이는 더 큰 꿈에 도전할 수 있다고요.


실패가 괜찮은 사회, 실수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가정과 학교, 그것이 바로 아이가 다시 꿈을 꾸게 만드는 시작점입니다.



마무리하며


아이들이 “모르겠어요”, “꿈 없는데요”라고 말할 때, 그 말속에 담긴 깊이를 어른들이 읽어줘야 합니다.

그 말은 포기나 게으름이 아니라, “나는 아직 안전하게 꿈꿔본 적이 없어요”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다시 꿈을 꾸게 만들려면,

우리가 먼저 '정답을 가르치기'보다 '함께 물어봐주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 진짜 꿈을 키우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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