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과 상처
우린 너무 잘 배웠다
상처받지 않으려면
너무 다가서지 말 것
너무 믿지 말 것
너무 기대하지 말 것
가정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동료와 선후배 사이에서도
심지어 국가적 고통 앞에서도
우리는 적당한 거리로 자신을 지켰다
그 거리 안에서
사랑은 미루어졌고
진심은 가려졌으며
헌신은 낭비로 취급됐다
하지만 나는 안다
상처를 피하며 지킨 내 마음은
결국 더 외롭고 더 갈라졌다는 걸
그래서 나는,
헌신했고 상처받았고
그 고통을 잊지 않고 내 마음에 새겼다
한동안 무너졌지만
스스로를 안아주는 연습을 했다
내가 나를 위해 울고, 안아주고
나에게 헌신하며 회복하는 시간
회복과 치유는 누가 밖에서 건네는 선물이 아니라
내 안에서 파내는 우물이었다
그 물이 조금씩 차오를 때
나는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
상처받을까 두려워
사랑을 미루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설령 또다시 아플지라도
시간이 걸릴지라도
나는 또 웃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더 깊어지고 성장한 나를
내가 먼저 안아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