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기만 혼자였을까

동요한 줄에서 시작된 상상

by 이제이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불러봤을 동요, 『섬집아기』.
가사는 단정하고 단순하다.
어머니는 굴을 따러 섬 그늘에 가 있고,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고 있다.

어릴 땐 그저 멜로디가 예뻤고, 아기와 엄마의 풍경이 평화롭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그 노래를 음미하다 보면, 문득 의문이 하나 떠오른다.

정말 아기만 혼자였을까?

1948년, 해방 직후에 만들어진 이 동요는 겉으로 보기엔 고요한 섬마을을 노래하지만, 그 배경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의 강제징용과 전쟁, 해방 후의 혼란 속에서 수많은 가정이 흩어졌고, 많은 여성이 남편 없이 생계를 꾸려야 했다.
그 시절, 남편이 일본에 끌려간 채 돌아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시댁과의 연락은 끊겼고, 친정은 먼 섬이나 산 너머에 있어 발길조차 닿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아기를 등에 업고 일을 해야 하는 여성에게, 물때에 맞춰 나가야 하는 굴 채취는 유일한 생계 수단이자 생존의 결정이었다.

그렇다면, 정말 아기만 혼자 남겨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또 다른 생각도 든다.
그 시절은 대체로 대가족 중심의 사회였다.
삼촌, 고모, 할머니, 심지어 증조할머니까지 같은 집에서 함께 살았던 시대다.
아이 하나만 달랑 남겨 두고 어머니가 물속으로 들어갔다면, 그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집을 보고 있었을 것이고, 아이는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가 ‘아기 혼자’라는 정서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그 외로움이 정서적인 고립을 상징했기 때문은 아닐까.
엄마가 곁에 없다는 건, 어린 아기에게 세상이 텅 빈 듯한 감정을 안긴다.
그 무게가 물리적인 동거인 수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글감이 지닌 상상력의 무한한 가능성을 본다.
동요 한 곡, 그 단출한 가사 몇 줄에서 시대의 그림자, 사회 구조, 여성의 노동, 모성의 의미, 심지어 한 아이의 내면 풍경까지 상상해 낼 수 있다.

이처럼 글감이란 단순한 소재 그 이상이다.
그것은 수많은 갈래의 길을 품고 있는 씨앗이다.
그 안에는 역사와 심리, 문화와 감정, 기억과 환상이 얽혀 있다.
한 줄의 동요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우리는 그 질문에 응답하며 글을 써 나간다.
상상은 그렇게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피어난다.

"아기는 혼자 남아"라는 구절 하나로, 나는 오늘 이 글을 쓴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따라 물속으로 들어가는 여성의 삶을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또 다른 누군가는, 아이가 기다리는 동안 본 풍경을 시로 쓸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가능성은, 바로 글감 한 줄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상상하는 존재이고, 그 상상은 언제나 다시 삶을 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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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은 마치 조용한 물결 같아서, 겉으론 아무 일 없어 보여도 그 안엔 수천 개의 이야깃거리가 흔들리고 있다. 『섬집아기』의 ‘혼자 남은 아기’처럼, 우리도 누군가의 이야기한 줄에서 수많은 시대를 상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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