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잔향 17화

녹는 마음, 남는 마음

by 이제이

감정은 아이스크림 같아
햇살에 따라, 바람결에 따라
손끝 온도 하나에도
쉽게 녹아내린다

방금 전 그 말,
달콤했지만 금세 사라졌지

한 입 베어 문 마음은
어제와 다르고
오늘도 또 다르다

그래서 감정은
모두 믿기엔 너무 불안정해

누군가의 말이
그 순간의 감정에서 흘러나온 것인지
아니면 오래된 의지와
깊은 신념, 삶의 가치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 속을 들여다보고
조심스레 들어야 해

감정은 입술 끝에서
녹아 사라지는 한순간의 온기고
진심은 행동 속에
차분히 스며드는 시간의 무늬야

말보다 침묵이
표정보다 꾸준함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줄 때가 있어

감정은
잠시 핀 꽃처럼 화려하지만
또 쉽게 져버리지

그러니 우리는
순간의 말보다
지속된 마음을 믿어야 해

결국 사람을 믿는다는 건
그의 감정이 아니라
그가 걸어온 방식,
그가 지켜온 신념,
그가 살아낸 시간의 궤적을 믿는 일

녹는 마음은 있을 수 있지만
남는 마음은
오래도록 곁에 남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