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당신을 그리며
살면서 다시는 못 볼 것 같아 시를 쓴다
사랑했었던 지난날 돌이켜보고
삶이었다 이내 다시 쓴다
담을 수 없다 예상했지만
방대한 시간, 시 속에 담아내려 한다
용서할 수 없는 이 마음 짧은 몇 줄에 담아
나를 용서하려는 이기심을 용서할 수 있을까
가는 저이 등이 저리 울고 있었음을
곧게 펴진 저 등이 한없이 절규했음을
시라는 얄팍한 언어 아래 외면한다
살면서 다시는 못 볼 것 같아서
살면서 다시는 못 볼 것 같아서 시를 썼다. 왠지 우리의 만남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
아니다. 다시는 만나면 안 될 것 같다.
우리는 많이 아팠다. 우리 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것들이 그저 아프게 느껴졌다. 우리는 서로에게 연민이었고 동정이었고 측은한 마음이었다. 결코 사랑이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이걸 사랑이라 말하고 싶다. 사랑이라 말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될까 봐.
그래, 너는 내 삶이었다. 우리가 이별했어도, 이별한 이 후에도 너는 내 삶 곳곳에 살고 있다. 내 삶은 너로 이야기 써진다. 아침에 처음 눈을 떴을 때 너를 그리는 생각과 잠을 자려 눈감기 전 너를 되뇌는 이 마음. 네가 내 삶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이 현상.
너와 나는 참 많이 닮았다. 우리는 닮았기에 서로를 발견할 수 있었나 보다. 누군가에게 버려진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아 사람을 만날 때면 늘 불안해했다. 말 하나, 행동 하나 조심스러웠고 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거짓 웃음을 흘리기도 하며 과한 호흥을 하며 상대방의 기분을 맞춰줬다. 그런 너와 내가 만난 일. 우리는 서로 쉴 곳이 필요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알 수 있는 관계. 우리에게 거짓을 뺀 본연의 모습.
우리 만남은 단순했다. 어쩔 때는 카페에 앉아 조용히 서로 책만 읽기도 했으며, 아무 말 없이 손만 잡고 거리를 걷기도 했다. 나는 이 단순함이 너무 좋았고 편안했다. 우리는 일반적인 연인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정확히 우리 사이가 무슨 사이였는지도 모르겠다. 인연은 분명했지만 연인이라 우리는 말할 수 있을까?
이제 너는 나를 떠나려 한다. 나도 너를 떠나려 한다. 아픔이 같다고 사랑이 될 수는 없다. 서로에게 쉴 곳이 되어주겠다는 마음은 너무 오만했다. 우리는 그저, 도피처였다. 무서워서 도망친 것이다. 건강하지 못했고 유약했다. 각자가 외면하고 버리고 온 것들에게 다시 돌아가려 한다. 마주 서야 하기에. 우리는 서로가 부족하고 결핍된 사람인 걸 알게 해 줬다. 이 깨달음이 우리의 인연이다.
우리의 이야기는 너무도 길기에 나는 시를 선택했다. 이 짧은 몇 줄, 알량한 단어에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한다. 꾹꾹 눌러 담아 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그 날의 나를 용서하려 한다.
너에게 내가 아픔이 아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