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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um Feb 23. 2021

정말 이렇게 작업해도 되요?

자기를 보여주는게 작품이예요



2014년 5월

“정말 이렇게 작업해도 되나요?”

“네, 가능합니다.”

“4년동안 전 뭘 배웠는지 모르겠어요. 계속 교수님의 생각만 강요당해왔는데 제 작품에 제 생각은 없어요.”

“온전한 자신을 보여주는게 작품이예요.”

“감사합니다. 제 작품에 대한 희망을 찾았어요.”


한국에서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면서 유럽여행을 하는 중에 전시장에서 나와 만나 초면에 한시간도 넘게 작품과 서로의 예술의 지향에 대한 대화를 하였다. 내가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으나 그녀의 혼란의 시기와 나의 예술의 색을 찾고있는 시기인 두 세계가 만났다. 베이커리를 좋아하는데 작품에 빵을 담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독일 여행중에 친구 소개로 나의 전시장까지 오게된것이다.


독일에서 난 오픈 전시를 위해 전시장에서 작업중이다. 2주간의 전시작업 준비기간중 내가 전시하려는 작품컨셉을 하려는데 집중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전시 2주일을 앞두고 세월호 소식을 듣고 겉잡을수 없는 슬픔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시컨셉을 모두 바꿨다. 한국에서는 매일이 뉴스에 세월호 소식으로 도배가 되고있다.



2014 재배(사육)와 질서(Zucht und Ordnung)

라는 이번 전시 컨셉은 전체 그룹전의 주제를 기준으로 각자의 작품으로 다른전시와 조금 다른 대중들의 참여미술로 이루어지는 2주간의 전시일정이다.
세월호 사건을 통하여 인간의 본질적 존재에 대한 사유를 하였다. 인간의 존재적 뿌리인 원죄에 대한 작품이다. 먼저 독일어 Zucht의 첫번째 의미가‘식물을 재배하다’와 ‘두번째 의미가 ‘사육’이다. 난 이작품을 위해 기본 명제를 벗어나지 않고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진행시켰다. 먼저 공간을 감옥처럼 규율에 맞게 규칙하에 들어갈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강제성을 체계적 형태로서 질서를 표현하였다.

1차 작업(독일)_

작품은 대중들이 직접 참여하며 같이 생각하고 만지고 다양한 경험을 할수 있다. 작은방에 문 하나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덧신을 신고 들어가 탁자위에 1번이라 쓰여진 자리에 먼저 앉아서 탁자 위에 놓여진 스케치북 위에 빼곡히 리본이 그려진 종이위에 지우개로 본인이 지우고 싶을만큼의 갯수를 지우면 된다. 그리고 반대쪽 2번자리로 옮겨서 노란색의 테이프위의 공간에 지운갯수만큼 다시 검은색펜으로 그려넣고 그려넣은 노란색 테이프를 직접 떼어내서 앞쪽바닥에 붙이거나 내려놓는다. 그리고 덧신을 벗고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나간다.



2014 Zucht und Ordnung.  by YS




“1번위에 있는 스케치북과 2번의 스케치북의 의미가 있나요?

“지우개로 아무리 지워도 연필로 그려진 리본모양은 남아있습니다. 인간의 죄는 흔적이 항상 남아있고 지워지지 않음을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2번 종이에서 노란테이프를 떼어냄의 행위는 종이의 가치를 훼손시킴으로 더이상 종이로서의 가치를 상실시켜 어떤 존재에서 존재가 아님을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여기서는 본인이 스스로 죽음을 느껴보기 위함인데 스스로 인식못함으로써 인간의 약함과 불완전을 묘사합니다.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지은 본인이 지은 죄를 지우개로 지우고 다른 종이에 다시 죄를 검은색으로 선명하게 그리고 그 죄로 말미암아 자신의 삶을 파손시키며 죽음에 이르는 행위를 합니다. 인간은 자각하지 못하고 모두 죽음에 이르는데 자신의 원죄의 삯인줄은 모른채 살아갑니다. 이 작품은 인간의 삶의 의미를 재조명합니다.”


죄의 삯은 사망이다


2차작업(한국)_

팽목항 바다위에 1번과 2번위에 놓여진 노트들을 가지고 바다위에 띄우는 행위로 인해 죽음은 실체라는것과 떠내려가면서 어느길로 가는지 알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표현했다.

“무”없어짐을 표현하기 위해 오리지날 작품은 팽목항 바다위에 띄어진다.


2014 Zucht und Ordnung with Video.  by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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