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아빠와 통화를 하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엄마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충격적이 소식이 있어.
아빠는 말하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하셨지만 이미 그 말을 들어버린 나는 뭘 또 숨기려고 그러시나 싶은 마음에 말을 해보라고 하였다.
조금 많이 충격적인 소식이야.
라고 뜸을 들이시길래, 잉꼬가 낳은 새끼들이 죽었어? 했더니 그것보다 더 충격적이라고 하여, 그럼 댕댕이 뱃속에 아기들이 안 좋대? 하니 그것보다도 더 충격적이라고 하여, 할머니가 어디 아프시대? 했더니 그것보다도 더 충격적이라고 하셨다. 올 것이 왔구나, 할머니가 아주 많이 위중하시구나, 싶은 마음에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금 물었다.
그럼 뭐야?
엄마는 조금 뜸을 들이시다가 이내 입을 열고 말을 해주셨는데, 그 찰나의 순간 내 머릿속에서 나온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의 단 1%에도 없던, 사촌 동생의 이름이 나왔다.
OO이가 일주일 전에 회식을 하고 집에 가려다 교통사고를 당했대. 뇌사 판정을 받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해서 작은 아빠가 오늘 장기기증에 사인을 했대.
이게 무슨 말인가, 갑자기 OO이 이름이 왜 엄마 입에서 나오고 뇌사 판정은 뭐고 장기기증은 뭐지. 어릴 때는 자주 보았지만 커서는 거의 보지 못 하여 마지막으로 본 기억도 거의 6-7년 전이지만 그래도 SNS로, 어른들을 통하여 소식은 듣고 지냈던 OO이. 잘 지내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앞으로 이 세상에서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죽음 소식을 들으면 더 쉽게 우울해지고 헤쳐 나오기 힘들어하고 그래서 같이 따라 죽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들어서일까, 아빠는 나에게 이 소식을 전하는 걸 쉬쉬하려고 한 것 같았다. 거기다 아빠를 붙잡고 목이 찢어져라 우시며, 형, 나 이제 어떻게 살아가요, 라고 하시는 작은 아빠를 보며 아빠의 마음도 찢어져 차마 당신 입으로 알리지 못하시는 것 같았다.
작은 아빠도 걱정이지만 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건 OO이의 친언니였다. 평생을 둘이 의지하며 대학 다닐 때에도 커서 일하면서도, 지금까지도 평생을 같이 자취하며 둘이 살아갔는데, 동생이자 친구이자 룸메이트였던 OO이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그 삶을 잘 버텨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집을 가도 OO이의 흔적이 고스란히 다 있을 텐데, 그 모습들이 다 눈에 선할 텐데, 그 빈자리가 너무나도 클 텐데, 괜찮을까 겁이 난다.
모두들 안다. 사람은 태어나면 누구나 언젠가 죽기 마련이라고. 산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내야 한다고. 하지만 이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아주 잠시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지막 인사 한마디라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갑작스럽게 모든 일이 일어나버리는 건 너무 잔인하기 그지없다. 이 세상을 원망하게 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살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