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부터 아침 8시까지, 나 혼자 지켜야했던 텅빈 집, 이간질.
나는 소연이야
우리집 앞집이 너네 집이야, 나 오늘부터 너랑 친하게 지내기로 했어!
다금이에게서 들은 소연이(나)의 모습은, 날씬하고 긴 머리에 머릿띠를 햇으며, 흰 얼굴에 계란형 얼굴이 새초롬한 아이였다고 한다. 10여년이 지나도, 20여년이 지난 때에도 다금이는 내 모습이 인상적이었는지 아직도, 아직도 뚜렷이 기억난다며 그 이야기만 나오면 눈빛이 총명해졌다. 나도 내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다금에게서 전해들은 내 어릴적 모습이었다. 성인이 된 지금이야 내가 더 커졌지만, 그 때에는 그 친구보다 내 키가 10cm는 작아 그것이 늘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는데, 어쩐지 그 친구에게는 내 키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듯 했다.
그도 그럴것이, 다금이네 엄마는 나에 대한 칭찬으로 항상 일관하셨기 때문이다. 소연이는 허벅지 길이가 기니, 앞으로 키가 많이 클거라고 해 주셨고, 너처럼 예쁜 아이가 우리 다금이에게 먼저 다가와줘서 고맙다고도 하셨고, 내가 다금이 집에 가면 다금이 엄마는 언제나 상냥하게 환영해 주셨기 때문이다. 슬렌더 체형에 단아하고 멋진 아주머니가 나에게 칭찬을 해 주시니 나는 다금이 엄마가 너무 좋았다.
행복했던 시기도 잠시, 4학년 2학기가 되면서부터 내 동생이 아픔과 곧 진단명이 나왔으며, 내 삶의 위기가 오는 동시에 다금이와 나의 관계에서 슬금슬금 변화가 시작되기 시작했다.
...백혈병은 전염병 아니야.
나 너무 외로워...
나를 힘들게 하지마
다금이는 내 마음이 아플 줄 몰랐으니 그랬던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