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중학교 졸업반을 마감하며
큰 아들이 다음주에 중학교를 졸업한다. 안 그래도 누구나 고민하고 애닳아 하며 키우는 첫 아이 일텐데, 이 아이를 낳고 바로 캐나다로 와 이곳에서 부모님 그리고 내 나라, 내 사람들과 떨어져 외딴 육아를 하느라 눈물콧물 다 쏟는 시간이 유난히 길었고, 어쨋든 초등학교를 졸업시키고, 중학교에 입학시킨것이 정말 어제 같은데 벌써 고딩이 되는 아이다.
공부라는 것 딱히 시킬 것 없는 초등학교 시절, 인성교육과 사회성 교육 그리고 각종 운동들. 혼자서 그리고 남편과 함께 그렇게 둘이서만 최선을 다해 해 낸것 같지만,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게는 이민1년차이자 육아 1년차에 육아 조언자가 계셨다. 그때 60대 이셨으니까, 이제는 7080쯤 되셨을 법한, Jacki! 주로 y나 ie를붙여 마무리하는 영어 마지막 모음대신 with i 라는 특별힌 마무리라 나는 재키의 이름 스펠링을 잊어버릴수없다.
이민 1년차에 나는 속시원하게 나의 모든 마음을 다 털어놓으며 재키와 동네 줌마타임을 가졌었는데 재키는 이미 60대라는 (20대였던 그당시의 나는 잘 몰랐지만, 40이 되어보니 60대는 충분히 젊고 어리다. 실제로 요즘 60대 언니오빠들을 보면 내가 어릴적 40대들의 용모를 갖고 계시다 할만큼 모두 젊고 건강하시다.) 젊고 어린나이에 손자손녀도 여럿, 며느리도 딸도 여럿, 아들도 사위도 여럿이었다. 늘 마음을 울리는 중요한 말씀을 많이 해 주셔서, 지금도 나는 재키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알게 모르게 삶의 지렛대, 지팡이가 되어 나를 인도해주었던것같아. 하늘은 내게 위기를 보낼 때, 그에 맞는 천사를 꼭 내게 내려주신다.
재키, 왜 캐나다 사람들은 하키를 시키는 거야?
캔디, 꼭 해야하는 건 아니야, 우리 손자들은 무섭다고 안하고 싶어해. 비용과 시간낭비에 아이가 즐기지 못하면 할 필요없어. 이 곳 엄마들도 남들이 한다면 따라하는 경향이 있어, 그 중에 남는 건 정말 소수야. 특정 종목보다는 맞는 것을 꾸준히 하며 배우는 것이 더 많아.
재키, 캐나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드라이해?
캔디, 그런사람도 있지만, 축축한 이도 많아.
재키, 남자애들은 여자애들과 달라?
캔디, 남자애들에게는 모험과 정복이 늘 필요해, 반항심은 심심할 때, 즉 모험과 정복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발현되게 마련이야. 그걸 아는 엄마 그리고 아내는 멋진 아들을 키워낼 것이며, 매력적인 아내가 될 거야.
재키, 나는 한국에서의 직업을 이곳에서 갖지 못할것 같아, 그럼 나는 EA의 길로 가야할까?
캔디, 너는 이미 충분해, 어 떠한 이유에서라도 너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는 아주 어려 (그당시 스물 다섯살)
우리지역과는 다른 곳 학교에서 카운셀링 일을 하고 있던 사실을 뒤늦게야 내게 말해준 재키는 학교 밖에서는 내게 소중한 친구였다. 아이를 졸업시키며 재키 생각이 나는 것을 보니, 재키의 단어들이 아이를 키우는데에 큰 단서가 되었던 것 같다. 상당한 기회비용을 절약했으며, 그 자리에 가치를 채워넣을 수 있었던 내 인생 좋은 선생님이었다.
아이는 중학교시간을 지나며 지난 3년간 많은 성장을 보였다. 지우개 가루가 한개 생길때마다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버리러 갔다 왔다 갔다 왔다 하는 행동도 없어지고, 그렇게나 좋아하던 레고블럭보다는 나가서 친구들과 농구하며 놀기를 좋아하고, 사고력이 급격히 성장했는지 공부도 좋아하게 되고, 무엇보다도 원래도 좋아하는 글쓰기를 더욱 섬세하게 잘 해낼수 있는 기술도 생긴것 같다. 할 줄 아는 요리도 30개나 생겼고, 재활용 쓰레기쯤은 어느정도 모이면 스스로 자처해 식구들을 대표하여 버릴 줄도 알게 되었다. 자신이 먹은 접시쯤은 장갑을끼고 물과 비누로 닦을 줄도 알게 되었다. 귀한 아들을 이용해먹고 부려먹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진해서 각자가 맡은 일을 할 뿐이다. 독립이라는 최종목표에 맞게 각 발달단계에 맞는 과업을 가르쳐 세상에 내 보낼 준비를 하는 엄마와 아들이다.
그런 아들이 다음 주, 부모없이 혼자 비행기를 타고 2주간 여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