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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Jan 07. 2017

월요일 오전 여섯 시

2016년 10월 17일

월요일 오전 여섯 시. 어제 오후에 밖에 나가서 비가 오는 길음동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까지 뛰고, 두 시간 남짓 서울패션위크 Seoul Fashion Week에 관한 미팅을 마치고는 '카메라를 들고 왔으면 좋았을' 법한, 언제 가보기만 했던 낯선 동네 길을 탐험했다. 고양이 서적을 모아 파는 동네 책방을 발견하였고 그 앞을 지나는 백인 여행자 커플을 보며 몇 주 전 파리를 떠올렸다. 갠 하늘에 여우비가 조금 내리다가 말았다가 하는 사이, 네이버 지도에 뜬 집까지 남은 길은 2km 정도가 되었다. 그야말로 애매하여 다시 비가 조금씩 내리는 길을 뛰었다가 걸었다가 했다.

밤을 새웠다. 오늘 원고 하나 쓰고 잡지 하나 사고, 서울패션위크 개막 파티에 가거나 베트멍 Vetements이 여는 캡슐 컬렉션을 보러 경기도에 과연 가야 하는가 생각하고 있었다. 핵심 관계자의 언질로는 뎀나 바잘리아 Demna Gvasalia도 한국에 있다는 듯하다. 여러 일에 관한 생각은 사실 틈새만큼 찰나였다. 대체로 일과 별 관계 없고, 삶에도 딱히 보탬은 없을 새벽만의 무언가에 몰두했다. 잠이 오지 않은 건 당연한 순서였다. 아니 열심히 잠을 멀리했다는 말이 옳다. 계속 무언가, 화면 속의 쓸데없는 것들에 시선을 두었으니. 사적인 경험을 빌자면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퍽 좋은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다. 그것이 전자기기 '화면'을 보는 버릇으로 바뀌는 순간 불면증은 가장 밀접한 새벽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문득 일기다. 해가 들지 않는 여섯 시 반. 날씨로는 가늠할 수 없으나, 늦은 일출로 계절이 다시 또 바뀌는구나 추측한다. 구름 탓이려나.

음, 생각하니 오늘 두 개의 원고를 마감해야 한다. 하나가 아니었다. 집안도 고요를 깨고 월요일을 시작한다. 달걀부침 부치는 소리가 등 뒤로 울린다. 언제 들어도 옛날 생각이 나는 소리다. 일단 잡지를 읽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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