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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Feb 18. 2021

인간으로서의 책임감

글의궤도 4호

관객의취향에서는 매일매일 글쓰는 모임 '글의궤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의궤도 멤버들의 매일 쓴 글 중 한편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소개합니다. 아래의 글은 매일 쓴 글의 일부입니다.


생물이라는 존재는 동물, 식물, 인간들이 포함이 된다.

그  중 동물과 식물에는 없는 뇌 구조의 활동, 생각이라는 것이

인간에게는 특히 발달해 있다고 한다.

물론 동물들도 생각이 있지만,

그 생각을 발달시키고 행동으로 옮겨

수많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을 일으킨 것도

그 생각으로 환경오염을 일으킨 것도 

인간이다.

이런 인간으로서 우리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고 나는 생각한다.

동물에게 인간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이 있다

살아가면서 자꾸만 느끼게 되고

눈에 보여서 안타까움을 지울 수가 없는 상황들이 있다.

동물과 우리의 생활이 그것이다.

머릿속에서 양극의 생각이 오간다.

인간과 자연,

지금 나의 생각은 

마치 인간이 자연 속 동물의 권리를, 그 모습을,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것만 같아 

마음이 무겁고 안쓰러울 때가 많다.

- 길가에 무참하게 쓰러진 동물들을 볼 때

운전을 하면서 내가 운전을 하기 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시야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야 속 부분들의 모습은 뒷자석이나 운전석 옆자리에 앉았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중 가장 먼저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은 길가를 자세히 보고 싶지 않아진 것이다.

운전을 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길가에 있는 동물들을 보았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달리던 도로위에 무엇인가가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가드라인 옆에 쓰러지듯 누워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처음에는 그게 무엇인지 보려고 가까이 다가가면 갈 수록 자세히 쳐다보았다.

눈으로 인지를 하고 머릿속으로 인식을 마치고 나면 자동적으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로드킬이었다.

도로위에 갈 곳을 정해 달려가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그곳에 쓰러져 더이상 달려가지 못하는 것에는 

종류가 그리 많지 않아 그 대상을 추측하는데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큰 화물 트럭에서 떨어진 자재들, 가끔씩 보이는 장갑, 누군가가 창문 밖으로 떨어뜨린 듯한 봉지,

그리고

동물들.

운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중요한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밤이었는데 그 시간, 그 도로에 차가 얼마 없다는 걸 아는 나는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옆에 있는 다른 친구도 태워주고 집에 가야했다)

점점 속도를 올려가던 참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차선에 있던 내 차와

가드라인 쪽에서 반짝이던 불빛 두개가 마주쳤고

내 무릎쪽에서 쿵 하는 울림과 충격이 전해졌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내가 운전하고서는 물론이고 뒤에 타고 다닐때도 한번도 겪은 적 없는 일이었다.

많이 아주 많이 충격 받은 나는 너무 무서워졌다.

하지만 자동차를 멈출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내 자동차도 멈출 생각은 없었다.

상황을 지나서 터널로 들어간 그 순간에도

무릎에 전해진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 핸들을 잡고 있는 손과 그래도 떼지못하는 내 발을 제외하고는

내 몸의 모든 부분이 얼어버렸다.

사고 또한 정지했다.

1,2,3,....... 한 2분쯤이 지났을까

나와 함께 타고 있던 나처럼 역시나 충격받은 동생이 “언니 이거 신고해야하지않아?”

하고 침묵을 깼다.

“어디에 신고해야하지? 아 무서워 아 미안 미안해 근데 뭐였지? 아 미안하다 진짜”

누구에게 미안하다고 하는건지 주체를 알지 못한채

여러 것들에게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눈물도 날 것만 같았다.

무릎에 큰 충격을 받았던 그 도로에서 3km쯤 떨어진 다리를 넘어간 처음 간 도로에서

나는 잠시 역주행 하던 차를 돌리며

정신을 차렸다.

옆에 있던 동생은 네이버에 어디에 신고해야 하는지 이야기 하고 있었고

나는 나는 나는..... 

그 반짝이던 불빛 두개가 무엇이었는지

그 생물이 죽었는지

어떤 행동을 취했었는지

동물에 대한 생각과 함께

내 차는 어떻게 되었는지

내 차에 동물의 혈흔이 묻었을까?

하는 차에 대한 걱정으로

생각이 넘나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은 참 간사한 동물이라는게 

사실 나는 무생물인 차보다 생물인 동물을 걱정해야 하는게 맞는데

그 동물을 치었을지도 모르는 내 모습을 반성해야 하는게 맞는데

이런 상황이 다가오자 나는 내 위주의 생각만 하고 있었고

야생동물 신고센터에 전화해야 한다고 결론지은 동생과

동생의 집에 다달랐을 때는

그 상황에서 확인 못한 동물의 상태가 내 차에 흔적으로 묻어있을까 걱정하며

덜덜 거리는 손으로 내 헤드라이트 부분을 후레쉬로 비추었다.

흔적은 없었다.

내 무릎에는 크게 부딪힌 충격이 남았지만

다행히도 동물이 내 차와 부딪히는 순간에 피한 모양이었다.

내 차와 부딪혔다면 혈흔이나 무엇이든 남아있을 수 밖에 없는데.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미안함이 몰려왔다.

죽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은 나를 위한 것인지 

그 동물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모든 것이.

내 첫 로드사고였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동물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니 그런것인지

로드킬 동물들을 보면 보지 말아야지 하는 머릿 속 생각과는 다르게

눈은 도로위를 샅샅히 찾는듯 열심히 움직였다.

로드킬은 자연에 살고 있는 동물이 자연을 깎아 만든 도로나 길로 내려오다가 생기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도로는 자동차가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동물들이 지나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니 자동차가 달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내 생각이 운전자 위주의 생각이기만 한 것 같다.

모든 것들이 그 길을 지나 어떤 곳을 갈 때 지나가라고 만들어놓은 곳인데,

원래는 그 곳도 동물들이 다니는 길, 집이었을지도 모르는 곳을

우리 인간들이 편의로 만들어놓은 곳인데.

그래서 동물들에게 미안하다.  너무너무.

동물들이 로드킬 당한 친구들을 보고 

로드킬을 당할 까봐 두려워하고

로드킬을 당하려는 순간을 겪을 때 자신의 길이 집이 없어지고 강력한 무언가가 주인행세하는 곳을 보았을 때

인간을 많이 미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연자실 하지 않을까.

많이 무서울 것 같아 미안하다.

도로라는 존재가 우리 인간에게는 편리함을 주었지만

동물들에게는 자신들의 것을 빼앗은 존재일 것 같아

인간은 많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라는 생각이 든다.

- 우리 동생이 로드킬 당한 동물을 치우는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우리 동생은 나와 조금 떨어진 지방에서 공무원을 하고 있다.

우리는 전화해서 시시콜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하는데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동생이 거의 울먹할 것 같은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지친 목소리였다.

들어보니 로드킬 당한 고라니를 치웠다고 했다.

원래는 야생동물 전문 담당 부서가 로드킬 당한 동물을 정리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환경업무를 맡은 면사무소 직원이 치울 때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경악했다.

우리 집에서는 한없이 귀한 우리 동생인데 로드킬을 정리했다니,

다들 전화를 받던 얼굴 인상이 조금씩은 어그러진채로

“그런 일을 니가 왜 하노?” 라고 말했다.

아무도 동물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 또한 그걸 어떻게 치우지, 내 동생 어떡해 였다.

한 날은 고양이를 치웠다고 했다.

그날은 토를 많이 했는데 점심을 하나도 못먹을 정도였다고 했다.

고양이를 치우는데 고양이 머리가 없어져서 그랬다고 했다.

상상도 못했다 나는 그 상황을 그 모습을.

나도 자동차를 타고 가다보면 고양이, 강아지, 내가 친 고라니까지

많은 동물들이 죽어있는 모습을 보지만

자세하게 보지않고 순간 10초 정도만 보고 지나치기 때문에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도 그 동물이 도로에서 지나가는 차들에게 

죽어서까지 무사하지 못하고 

다시 짓밟힐 수 있고, 짓밟히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내 비위가 내 상상력이 그걸 자세하게 상상하지 않을뿐.

동물도 생명인데

도로위에 있는 동물에게는 생명은 물론이고 

아무런 권리? 가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내려서 바로 치우고

내가 로드킬 하지않을 거라는 

확신이나 의지도 없이

나는 오늘도 걱정을 해본다.

- 할머니집에 키우는 우리 강아지들을 볼 때

우리 할머니집에는 사람이 살지 않지만 강아지를 키운다.

두마리인데 봄이랑 가실이다.

사람이 매일 매일 상주하며 살지는 않지만

우리 집과 멀지않은 곳에 할머니집이 있기 때문에

매일 매일 나의 엄마나 아빠, 고모가 방문해 강아지 밥을 챙겨주고 배변활동도 정리해준다.

그게 다인게 문제지만

봄이가 우리 집에 왔을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모두 할머니댁에 사셨다.

봄이는 조금 밖에 안큰 애기일때 우리집에 왔는데 아빠가 어디 다른 집에서 데려왔다.

그때는 고모집에서 데려온 아주 정신산만한 다른 강아지도 애기인채로 있어서

우리 할머니집은 강아지판이었다.

애기 강아지일때는 애기들을 풀어놓기도 해서 애기들은 마당을 마구 돌아다니며 

아무거나 막 손대고 다녔다.

그러다가 봄이가 오고 나서 조금 더 컸을 때 몸이 안좋아보이는 날이 있었다.

밥도 잘 안먹고 시무룩해보이고 몸이 많이 안좋아보였다.

할머니집에는 사람이 살았지만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와 다른 가족들 모두

강아지가 아픈 것에는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 사람들이 었기 때문에

봄이의 상태에 우리 엄마와 나만 애가 탔다.

안되겠다 싶어 우리 할머니집에 온 강아지 최초로 차를 타고 동물병원에 갔다.

나도 할머니집에 온 많은 강아지들을 보았지만 우리가 이런적은 처음이었다.

봄이는 차를 타는 것도 무서워하고 몸도 안좋아서 가는 동안에 자동차 안에 토를 하기도 했다.

그것 또한 마음이 아파서 엄마랑 나는 주사를 맞히고 약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의 관심과 마음이 통했을까 봄이는 금세 생생해졌다.

그리고 무럭무럭 자랐다. 

지금 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은 6년쯤 되었을 것이다.

봄이는 우리 집에서 6년을 함께 있었다.

우리 할머니집은 나가면 바로 도로라 강아지를 막 풀어놓을 수가 없다.

문을 열면 차가 쌩쌩 지나가니 강아지가 나갔다가 다치거나 죽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항상 봄이를 묶어놓고 지냈다.

나의 고모부는 우리 아빠나 할아버지와 달리 강아지가 자유롭지 못한 것에 많이 가여움을 느끼셔

고모부가 왔을 때는 봄이도 묶어놓았던 줄을 풀고 우리와 함께 마당에서 지내고 산책도 나갔다.

고모부가 왔을때만.

나의 집 가족들 중에는 강아지가 도로로 나가는 생각만 하고 

자유로움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과 

그런 용기와 책임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슬프게도.

봄이는 나의 가족과 있으면 항상 목줄에 묶여있다.

목줄에 묶인 봄이는 뱅뱅 같은 자리를 같은 크기의 원으로 돌곤 했다.

아니면 댓마루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거나 파리를 쫓아내기만 했다.

우리 가족이 문을 열고 등장하면 좋아서 꼬리를 마구 흔들며 자신을 쓰담듬어 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 동물원에 있는 동물에 대한 기사를 보았을 때

아무 생각도 없던 나는 

동물원을 관찰하고 쓴 기사를 보고 큰 충격을 받고 동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이 자신들이 원래 살아야하는 환경과 많이 다른

콘크리트 벽에 콘크리트 바닥에 흙, 돌, 풀이라고 없는 쇠창살 감옥 우리에 갇혀서

뱅뱅 원을 그리며 돌기만 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모습 같은

정형행동을 한다는 기사였다.

그냥 동물원에 가서 불쌍하다 라고만 외치고 동물원을 나오면 동물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하던 나에게 기사의 내용은 마음이 울릴 정도로의 충격이었다.

제일 많이 든 생각은 대체 인간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였다.

동물원은 동물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었다.

우리가 동물을 보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

화가났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었으며 왜 동물원을 지은 사람은 동물원을 계속 운영하는지.

동물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동물이 진짜로 원하는게 뭔지 생각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원을 지은 사람은 동물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본주의 돈의 목적에서 움직이는 사람일 가능성이 더 크지만 말이다.

동물원에 있는 사육사들도 미쳤다는 생각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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