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깊어지는데 왜 우리는 멀어졌을까.
깊어진 만큼 멀어진다.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그래서 가끔은 겁이 나기도 했다.
사위가 어두워져 앞뒤도 분간이 안 될 정도로 깊어진다면.
위가 아래인지 아래가 위인지도 모르고 부유하게 된다면.
우리의 거리는 가늠이 안 된다.
너는 수면 위에서 찰방찰방 물장구치며 내려다보고 있는 걸까.
이미 나는 너의 시야에서 벗어난 걸까.
이토록 깊어졌는데 왜 우리는 멀어진 걸까.
질문을 내뱉는 입술 사이로 물이 쏟아져 들어와 숨이 막히고 만다.
여기까지 내려오려던 건 아니었는데.
힘껏 손과 발을 저으며 버둥거려 봐도 소용이 없다.
어디가 위인지 아래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내 귀에는 생생히 너의 물장구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걸 안다.
숨을 쉬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손발이 차갑게 얼어붙지만 얕은 곳으로 떠오를까 불안해하는 나를 안다.
검푸른 물결 속에서 뜬금없이 너의 하얀 팔이 나타난다면.
그 팔에 매달려 차가운 몸을 껴안을 수만 있다면.
속절없이 밑으로, 밑으로 깊어진대도 그럴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