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운야 Jun 09. 2019

너의 세심함이 가끔은 두렵다

나를 사랑하는 너를 이해하지 못할 때


너의 세심함이 가끔은 두렵다.

의 덤벙거림, 게으름, 건망증 같은 것들이

너의 반듯한 무엇에 비해 너무 보잘것없이 느껴진다.

투박하고 섬세하지 못한 내가 무심결에 상처를 주진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나는 그렇게 따듯하지도 배려가 깊지도 못한데

너에게서 그런 것들을 받을 때면 미안해져 버릴 때가 많다.

나를 몽땅 다 이해해줄 것만 같아서 더 두렵다.

그럴 때면 나는 나의 부족한 면면을 떠벌리며

나를 더 구차하고 모자라게 만든다.

더 말이 많아지고 그럼 더 자주 실언을 한다.

너는 항상 말이 많은 내가 좋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내가 싫어진다.

그래서 나는 나를 좋아하지 못하고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사랑하는 너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충돌하고 자꾸만 서로가 다르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마음은 깊어 가는데 그 마음을 온전히 누리질 못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닮아간다던데.

내가 너를 닮아 가면 좋겠지만 차라리 네가 나를 닮아 가서,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가진 너를 마음껏 사랑하고

네가 나를 사랑하는 것을 이해하고

너를 닮은 내 모습을 사랑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전 03화 빠져 죽을 것을 알아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