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편하게 산다고?

by yuriana

요새 사무실에서 사적인 대화를 할 때 꼭 듣는 말이 있다. '내가 제일 편하게 산다'라는 말이다.


내가 제일 편하게 산다고? 발끈하다가도 곧 그들의 상황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나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니까..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상사들처럼 대학 등록금을 걱정할 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암이 걸린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내가 편해 보일 수 있겠다.


겉으로 다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지금 편한 것은 아닌데.. 나도 지금 사는 게 지옥이다.


하지만 난 내 안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입 밖으로 말하지 못한다. 나 스스로도 병을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까..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공황, 불안 이런 것들을 겪고 있다.


처음 온 것은 꽤 오래전 일이지만 이렇게 오래 지속된 것은 처음 겪는 일이라 인정하기기 어려웠다. 나처럼 밝다면 밝은 성격과 순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 이런 게 올 거라고 쉽게 인정할 수가 없었다.


몇 달 전부터 깊은 잠을 자려고 하면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눈을 감는 것이 가장 무섭다. 그래서 나름 수면제도 먹어보고 심장이 날뛰는 게 건강 문제인가 싶어 병원에도 찾아갔다.


그런데 어떤 검사를 해도 병원에서 난 정상이었다. 분명 이렇게 자기 전 혹은 새벽에 미치게 불안해서 눈뜨게 되는 일이 어디가 안 좋아도 안 좋은 건데..


그러다가 절대 가고 싶지 않았던 정신과를 찾아갔다. 그래 편하게 잠이라도 자자. 못 자는 게 누적이 되니 생활이 엉망이 되서 이러다 죽겠지 싶었다.


처음엔 3일 치의 약을 받아갔다. 갑자기 전쟁 중에 평화가 찾아온 것처럼 마음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다음엔 일주일치 그다음엔 또 열흘 치 점점 끊지 못하고 계속 복용하게 된다.


이제 자기 전에 두 알, 일어나서 두 알씩 습관처럼 꼬박꼬박 매일 약을 먹고 있다. 스스로 감기 같은 거야 하고 담담하게 말해보지만 점점 의존하고 있는 내가 무서워진다.


나는 이겨낼 수 있을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풍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