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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iana Apr 18. 2021

나는 나를 알아가는 중이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불안할 때면  마음속에서 걸어오는 질문이다.

나는 불안, 공황을 겪으면서 약을 먹게 되었다. 현재까지 진행형이기도 하고..

두 달 전 2월 나는 벼랑 끝에 매달려있었다.

분명 좋아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배는 흔들렸고 나는 뒤집힌 배에서 점점 죽음을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처음엔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나를 조여왔다.

그러나 치료 두 달 이후부터는 점점 죽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환되었다.


내가 나를 낯설게 느낄 정도로 나는 나빠지고 있었다. 곧 꺼질 촛불처럼 심지가 흔들렸다.

지금 생각하면 약 부작용 때문인지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스트레스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듣지 않는 약에 매달려 매일 지옥을 맛봐야만 했다.


약을 먹어도 약을 이기는 내 불안 때문에 잠들 수 없는 밤은 길었고 겨우 잠든 아침은 퉁퉁 부운 눈으로 다시 해를 맞이해야만 했다. 이불에 얼굴을 묻고 영원히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는 살 수가 없을 거 같았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편안해지고 싶었다. 사무실이 2층인데도 나는 밖을 바라볼 때면 아래로 떨어지고 싶다는 충동적인 생각으로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회사부터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그만두려던 회사가 아닌가..

그러나 나의 모습을 지켜본 사수는 내가 그만두면 어떻게 될까 봐 나를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최근에 사수도 나와 같은 우울증을 심하게 겪기도 했고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우리는 대화를 하며 서로를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나를 설득했고 밥먹듯이 회사를 못 나가는 나를 기꺼이 실드를 쳐주며 방패막이가 되어주었다. 본인도 힘들었을 텐데도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고마운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 없다. 그전에 사수가 어떤 사람이라는 고정관념마저 깰 만큼 지금은 나의 은인이다.

하지만 그때는 나를 붙잡는 게 원망스러웠고 매일 불행해하며 회사를 억지로 기어나갔다.

계속된 설득 끝에 나는 마무리는 지어야겠다는 일말의 책임감으로 마음에도 없는 한 달의 시간을 벌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달만 버티자!라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회사를 나갔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며 나는 살기로 했고, 지금의 상담 병원을 가게 되었다.

나는 내가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알고 싶어 졌다. 

도대체 이러는 건지..  내가 미쳐가는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말이다.

나는 그곳에서 나의 상태를 알기 위해 MMPI  다면적 인성검사(성격, 정서, 적응 수준)와 SCT 문장 완성검사(미완성된 문장의 뒷부분을 완성하게 함으로써 지각, 태도, 성격을 알 수 있는 투사 검사)를 했다.

500문제가 넘는 질문들에 하나하나 체크를 하고, 빈칸의 문장을 작성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나에 대해서 집중했던 거 같다. 어쨌든 그 검사를 계기로 상담을 시작하면서 몰랐던 나의 성격과 마음 상태를 처음으로 듣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동안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나의 성향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평소 생각을 부풀려 생각하는 점, 한번 생각하면 잘 못 잊는 점, 사람을 못 믿는  등등 나는 그런 나의 모습이 단점이고 고쳐야 된다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늘 내 자신을 자책했었다. 늘 내가 못났다고 나를 탓하며..

결국 내가 나를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었다. 분명 단점이지만 성격이나 성향이라고 인정했다면 어떤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갔을지 고민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를 몰랐고 채찍질하기 바빴다.

상담을 하면서 나는 점차 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 이것도 나야.. 이것도..


또 다른 문제인 강박적인 부분에도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게 제일 안되지만 말이다.

평생 나는 내가 나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다.

제일 사랑해주는 것도 나고..

하지만 제일 나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도 나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약이 없으면 잠을 설친다. 한 번씩 오는 불안한 마음에 무너진다.


그러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젠 내가 나를 알게 되었고 나는 반드시 좋아질 거란 믿음이 생겼다는 거다. 

나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란 질문에..


'그럼 넌 좋아질 거야. 당연하지!'라고 대답해준다.

나는 이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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