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이불을 박차고 다시 2km만 걸어보기

10일차

by 윷스

어젯 밤에 분명 기절하듯이 잠들었다가 새벽 1시쯤 깨고나서는 돌아다니는 모기소리와 습함 때문에 통 잠을 자지 못했다. 우울하고 피곤한 채로 회사에 출근했고, 오늘은 또 왠지 사회부적응자 같은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다.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누웠고, 또 기절하듯이 잠깐 잠들었다. 이 피로는 어디서 오는건지 잘 모르겠는데 정말 자꾸만 잠을 자고 싶다.


이렇게 또 누워만 있다가 내일을 맞이하면 분명 우울할게 뻔하고 뻔해서 다시 몸을 일으켰다. 대충 입고 빨래 건조를 코인세탁방에 맡기고, 걸었다. 걷다보니 1시간이나 걸었다.

걸으면서도 주된 생각은 다른 사람에게 내 상황이나 결정을 설명하는 상상이나 말을 내뱉는 것이다. 대체 왜 나의 말을 검열하는지, 왜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건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항상 대부분의 말들이 회사 사람에게 하는 말들을 상상하는걸 보면 내 머릿 속은 여전히 회사의 세계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내가 가장 되기 싫었던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니면 직장인이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만하고 싶다. 뭔가 이 머릿 속을 다른 것들로 채우고 싶다. 아아- 걸으면서 분명 다정한 말들을

들려주기로 했는데 오늘도 스스로에게 다정하지 못했다. 그래도 걸어서, 걸어서 그게 다정한 거겠지.


나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건 참 어렵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게 다정한 걸까. 꼭 스스로를 위해 운동을 해야만 조건부로 나를 사랑할 수 있는걸까. 그냥 사랑스러울 순 없는걸까.


여전히 누군가가 듬뿍 사랑을 줬으면 좋겠다. 내가 나에게 주는 법을 몰라서.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7화기분이 좋았다가도 한없이 우울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