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꿈을 꾸는 오베르성

주객전도, 오히려 좋아

by 빠리누나

예술마케팅의 완벽한 사례

한국인들에게는 본래의 이름보다는 고흐마을로 더 자주 불리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파리 주변 일드프랑스의 작은 도시중 하나이다.


빈센트 반고흐가 생의 마지막 70여 일 보내며

그림의 대한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고 생을 마감한 곳이기에,

그를 애정하는 많은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곳이다.


짧고 강렬한 삶을 살다 간 그의 기구한 인생이야기가

그의 작품 하나하나에 녹아들어서인지,

빈센트 반고흐의 마니아는 전 세계적으로 많고

그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은 곳은 모두 이슈가 된다.


생전에는 화가로써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빈센트 반고흐가

이렇게 이슈가 많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화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죽고 나서 그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린, 요안나라는 여자 덕분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도르 반 고흐


빈센트 반고흐가 3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후,

그와 평생을 의지한 동생 테오 역시 몇 개월 뒤에 병으로 사망하게 된다.

당시 테오의 아내인 요안나에겐 어린 아들이 있었고,

그녀에게 남은 건 고흐가 남긴 작품 몇 점 과

반고흐 형제가 평생 주고받은 수백 통의 편지뿐이었다.

요안나와 그의 아들 / 빈센트 반고흐와 테오도르 반고흐의 무덤 (고흐마을)

요안나는 살아야 했고, 어떻게든 빈센트의 작품을 세상에 알려야 했다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들의 편지를 모아 출판사로 가져가 그들의 편지를 책으로 엮으며,

빈센트 반고흐라는 인간을 세상에 먼저 알린 일이다.

(오늘날의 스토리텔링과 비슷한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요안나는 빈센트 반고흐를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고 한다.


처음엔 형편없는 화가의 작품을 감정을 이용해

팔려고 한다는 비난과

죽음을 팔고 다니는 여자라는 오명을 들었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그녀의 방식이 통했다.

반고흐 형제의 서사의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이미 네덜란드에서 장례를 치른 테오의 무덤을

이곳으로 옮겨온 것도 요안나의 의지였다.


이제 전 세계는 빈센트 반고흐의 작품에 열광하며

그의 슬픈 삶에 깊은 연민을 느끼고 있고,

빈센트 반고흐의 애호가들에게는

그의 무덤을 방문하는 것이 의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37살의 짧은 생에 동안 그가 남긴 주소지가 38곳이라고 한다.

그의 흔적이 남긴 곳곳의 장소에서도 여러 상품을 개발하고 기획하고 있다.


그의 작품과 그의 삶이 나에게도 충분히 감동적이지만

빈센트 반고흐라는 인물자체가 하나의 문화가 되었으며, 정말 완벽한 마케팅의 성공사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고성을 다루는 이야기에서 서론이 길어졌지만,

실제 고흐마을에 가본 이들은 알 것이다.

그녀의 마케팅전략 덕분에, 이 평범하고 작은 마을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방문하고

감동을 받고 가는지를..


빈센트 반고흐를 재해석하다- 주객전도

내가 어렸을 적 알았던 빈센트 반고흐의 이미지는 평생을 불행하게 살며 정신병을 앓았고,

결국 자신의 정신병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천재 화가였다.


하지만, 최근 여러 영화나 드라마 등등에선 고흐가 그렇게 나약한 인간이 아니었고

자신의 그림을 위해 생애 마지막까지 몰두했던 열정적인 화가로서 재해석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오베르 쉬르 우아즈가 주목을 받고 있다.


1890년 5월부터 7월 29일까지 70여 일을 보내면서, 고흐는 정말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렸으며

80여 점의 작품을 이곳에서 완성했다.

고흐가 오베르 쉬르 우아즈 곳곳에서 작품을 남긴 곳을 표시한 지도

위의 지도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쉬지 않고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올초에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고흐의 특별전을 개최하였고, 특별전의 주제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였다.

이미 고흐마을을 여러번 다녀온 나에게 이 특별전은 더욱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암스테르담 미술관과 오르세미술관 의 협업으로 진행된 반고흐 특별전 "오베르 쉬르우아즈에서의 마지막 날들"



사실, 위와 비슷하지만

규모는 작은 고흐의 특별전을

오늘 내가 소개할 오베르 성에서 먼저 하고 있었다.

그래서 고흐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었다.

실제로 고흐마을에는 고흐의 작품은 단 한 점도 없고, 고흐가 그림을 그린 장소에 판넬만 세워뒀다.

지난 오르세 특별전을 통해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알리면서 앞으로 더 많은 고흐의 작품 전시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오베르성은 17세기경 이탈리아의 금융가에 의해 지어졌고,

이탈리아 스타일의 계단식 지붕과 테라스 오랑쥬리 등이 같이 건설되었다.

후에, 프랑스 재무장관 Jean de Lery에게 매각되면서, 프랑스식 성으로 개조되었다.


우아즈강변의 계곡에 위치한 오베르성은 숲이 우거진 공원과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특히, 정원은 넓은 전망과 테라스식 레이아웃의 이탈리아 르네상스식 정원과

큰 중앙 축을 중심으로 대칭으로 배열하는

프랑스 정원,

자연스러운 레이아웃을 만드는 영국정원의 영감을 받아 조성되었다.


18세기에 재건축이 이루어진 후에, 여러 차례 소유권의 이동이 있었지만,

현재는 Val d'oise 주의 소유로 운영되면서

한동안 버려졌던 건물과 정원을 오늘날의 모습으로 복원하였고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 중심에 당연히, 빈센트 반고흐가 있다.


실제 오베르 성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성의 이야기보다는 전시회와 현재 진행 중인 이벤트에 대한 홍보를 더 많이 하고 있다.

주객전도가 되어버렸지만, 아름다운 성의 공간을 낭비하지 않고 새로운 문화예술공간으로 탄생시킨 훌륭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복원 전, 성내부에 남아있는것들이 없고 거의 비어있는 상태였다)

성의 공간을 이동하면서 이 지역애서 활동한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프레임에 걸린 작품의 전시 외에도,

영상전시를 통해 다양하게 작품을 감상하고 배울 수 있도록 마련해 두었다.


수많은 고성들은 모두 중심이 되는 테마를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고성을 홍보하고 개발하고 있다.

오베르 성의 테마는 빈센트 반고흐이고,

그가 이곳에서 머문 덕분에

오베르성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지난번에 소개한 루아르 지역의 샹보르 성역시

현대예술가들의 전시를 통해 성의 공간을 채우고 있다.

<https://brunch.co.kr/@yoyona10/19 -샹보르성편>

하물며, 실제 빈센트 반고흐가 살았던 지역의 고성이

그의 작품을 기획하고 전시한다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고성이 저마다 이 시대에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하고 있고,

발전시킬 요소가 있다는 것은 행운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방문하는 지역에 고성이 있다면 시간을 내서 꼭 방문하여

그들이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하는지 보고 오려고 한다.


고성이라는 단어가 딱딱하게 들려,

흥미를 유발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우연히 방문한 고성에서 예상밖의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고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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