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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글이 Jul 13. 2023

무질서했던 그곳! 신발장 정리

지금 신는 신발은 꺼내기 편리한 곳에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가족과 함께 살 때, 독립해 살면서도 내 신발들은 무질서 속에 방치됐었다.

"바쁜데 이거 한 짝은 어디 있는 거야. (한참을 찾다가) 미쳐 내가. 무슨 정신머리로 여기에 넣은 거지?"

큰맘 먹고 산 반짝반짝 애나벨 구두 한 짝. 겨울 부츠에 들어가 있더라는. 스타일 유지가 생명인 하이힐은 다른 신발들 밑에 깔려 빈대떡이 되기도 했다.

신발장의 질서확립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외면하고 살았더랬다. 정리를 시작한 건 몇 년 정도. 가지런히 정리된 신발을 볼 때마다 하이힐을 빈대떡으로 만들었던 시절이 떠올라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앞으론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



신발장 정리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칸막이를 돌려놓는 것이다. 기둥 없는 상태에서 신발 여러 켤레를 들고 있는 칸막이는 무게감 때문에 휠 수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돌려주는 게 좋다. 이건 싱크대도 마찬가지.


우리 집 신발장은 중간 서랍장을 기준으로 상단 5칸, 하단 3칸과 우산꽂이 공간으로 크게 구분돼 있다. 상부장 아래서 1,2번째 칸은 내 눈높이에 있어 신발을 꺼내기 좋은 위치에 있다. 이곳에는 지금 자주 신는 신발을 넣고 있다. 3,4번째 칸은 가을, 겨울 순으로 자리 잡기.


싱크대에 있는 접시도 꺼내기 편하게 정리하듯, 신발장 신발도 꺼내기 편하게 넣고 있다. 신발 정리대(사진 아래)에 넣은 건 뒤쪽으로, 정리대 없이 선반에 정리한 것(사진 위)은 앞쪽으로.


신발장 맨 꼭대기 칸은 잘 안 쓰는 물건들을 위한 공간이다. 수납공간이 부족한 우리 집에서 이삿짐 끈, 세탁기 호스 등 잡동사니 보관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서랍장이 포함된 하단에는 겨울부츠 외에 운동화만 넣고 있다. 난 운동화를 자주 신어 양이 많다. 다 집어넣기에는 공간이 부족해 세워서 보관하는 수납함을 사서 쓰고 있다. 수납함을 쭉 당겨서 신을 운동화만 쏙쏙 뽑기. 여러 켤레를 보관하면서 사용하기도 편리하다.


운동화를 넣고 남은 공간에는 구두약, 운동화끈 등을 바구니에 담아 넣어봤다. 



난 독립했을 때 요리도 못했고, 형광등 하나도 갈아 끼우질 못했다. 형광등 나가면 동네 철물점 사장님한테 형광등 하나 구입하고, 출장비 추가로 드리고 어둠에서 벗어나곤 했다.


돈도 돈이지만 아무것도 못하는 내가 바보 같아 요리를 배웠듯, 각종 공구 조작법과 집수리 방법을 조금씩 배워나갔다. 형광등 본체 교체, 블라인드 설치. 방충망 교체 등 할 줄 아는 게 늘수록 공구도 많아졌다. 재활용품을 리폼하는 걸 좋아해서 관련 도구도 많다.


많은 공구들을 신발장에 넣어 보관하는데, 일단 서랍장에는 길쭉한 망치나, 자주 쓰는 펜치, 글루건 등을 넣고 그밖의 기타 잡동사니를 보관하고 있다.



공구를 비롯한 군식구들을 신발장에 다 넣어야 하기에 우산꽂이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3단 수납장을 골라 설치했다. 신발장 문이 닫히게 쏙 들어가는 수납장 고르느라 애 좀 썼다는 사실.


작은 나사와 각종 부속품은 칸칸이 수납함으로. 테이프, 노끈과 고무줄, 리폼재료, 줄자를 비롯한 자잘한 공구 등은 바구니에 분류해 라벨지를 붙여 수납장에 넣었다. 특히 나사 같은 것들은 한번 섞이면 대책 없으니 미니 지퍼백에라도 담아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혼자 살아도 우산을 쓸데없이 많이 두고 살았었다. 신발장 정리를 하면서 우산꽂이 공간을 없애는 대신  쓸 만큼만 남기고 줄이기로 했다.

접이우산은 여분을 더해 2개만 바구니에 담아 3단 수납장 맨 위에 자리를 잡아줬다. 잘 쓰지 않지만 폭우를 대비해 베란다에 장우산 하나만 보관하고 정리. 쌀독의 쌀도 아닌데, 우산을 줄인 처음에는 불안하기도 했지만 차츰 익숙해지더라는.



신발들은 계절이 바뀔 때  위치를 바꿔주고 있다. 하프부츠처럼 발목이 긴 신발을 아랫칸으로 이동할 때 선반 높이를 조정해야 하는데, 그것 말고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독립하기 전까지 함께 살았던 친할머니는 신발장이 어수선하면 복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학교 갔다 집에 오면 신발 벗어 이곳저곳 던져놔서 혼나곤 했었는데... 신발장을 정리해서 복이 들어오는 건 아직은 모르겠지만, 정돈된 분위기 속에서 외출할 수 있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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