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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by 윈지

☆ 냉정과 열정사이 ost

켜고 읽기 추천 ☆





사람을 향한 기다림도,

꿈을 향한 기다림도,

그 기다림의 끝이 만남이 아닐지 모른다.


아직 만나지 못했기에,

기다림의 순간이 끝나지 않아서,

그래서만 허락되는 설레 임이 있다.




코로나 상황에 자꾸 기초체온이 높아

연달아 조퇴를 하게 된 채니는

새로운 반의 친구들과도

많이 친해지지 못했다.


한 번은

친구에게 편지 쓰기 과제를 하는데

한참 고민하다가 친구 한 명에게

구구절절 빼곡하게 편지를 쓰고는

뿌듯해하며 책가방에 넣었다.


그다음 날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채니한테 물었다.


“편지 친구한테 잘 줬어?”

“응 줬어.”

“너도 받았어?”

“아니, 나는 못 받았어,

어떤 친구는 2개 받았어.

나랑 다른 친구 두 명이랑은

하나도 못 받았어.”


속이 상했고, 당황했다,

안쓰러운 내 새끼

“속상했어?”

“좀 받고 싶긴 했는데, 괜찮아.”


‘그렇게 많이 상처 받지는 않았나 보다.

다행이다.‘


한주 뒤, 학교에 다녀온 채니는

친구에게 받은 편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나는 친구가 편지 써줄 줄 알았어.”



기다림


딸아, 너는 혹시

이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니?


너는 기다림의 시간을

설렘과 믿음으로 보내는 법을

알고 있었던 거니?




모든 기다림이 다 설레 일수는 없겠지만,

그래서 기다림으로 지치고

포기하고 싶기도 하겠지만,

만남의 순간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기다림의 순간을

아름답게 보내어 본다.


바다위 돗대.jpg 별이 빛나는 밤바다 위 돛단배 by 채니



기다림이란 그런 것이다.

몸은 가만히 있더라도

마음만큼은 미래를 향해 뜀박질하는 일.

그렇게 희망이라는 재료를 통해

시간의 공백은 하나하나

메워나가는 과정이 기다림이다.

그리고 때론 그 공백을

채워야만 오는 게 있다.

기다려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있다.


<언어의 온도-이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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