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엄마가 성장하는 시간

늦진않았을까? 그래도 배움은 늘 기쁨

by 윤노엘

아이들을 위해서 일을 선택한 나는 무척이나 바빴다.

하루가 24시간 밖에 안 되는 것이 어쩜 그리 야속했는지.

시계바늘이 하루 두 바퀴만 도는 것이 맘에 안 들었다.

나에게만 48시간이 있으면 …….

아니면 아바타라도 하나 있었으면 …….

그렇게 바쁘게 일하며 하루를 보내고 퇴근시간이 되면 철저하게 엄마의 모습으로 지냈다.

아이들 저녁 차려주고 공부 봐주고 옆에서 이야기 나누고 챙겨 주다보면 나를 위한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정신없이 하루하루 살았고 당연하다 생각했다.

내 아이들이 우선이니깐

내 삶을 내어줘도 아깝지 않으니깐


일속에서 배워야할 세미나가 강의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찾아들었지만 내 개인적인 공부를 할 생각은 전혀 할 수가 없었다.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찾아 읽었다는 것.

그리고 핸드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뀌고부터는 유튜브 강의들을 찾아 들었다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아이들이 이제 내 손이 점점 줄어드는 중고등학교 시절이 되었다.

빈 둥지 증후군처럼 내게 시간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니 몸이 아프기 시작하였다.

바쁠 때는 아플 겨를도 없었는데 여유가 생기니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고혈압에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고 나오는데 눈물이 흘렀다.

나는 참 열심히 앞만 보고 자식위해 일하고 살았는데 왜 이렇게 병이 왔을까?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며칠을 고민하고 우울하게 보내다보니 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건강하게 잘 살고 싶다는 욕심이…….

헬스클럽을 찾았다. 그리고 등산복을 구입했다.

이제는 바빠도 시간 내서 운동하고 내 건강을 위해 투자하리라.

건강식품이라고는 절대 찾아 먹지 않고 남편과 아이들만 챙기던 나는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을 오롯이 나를 위해 찾아먹기 시작했다.

그것도 악착같이…….


그리고 집에서 조금 조금씩 목마르게 찾아듣던 유튜브 강의들이 아니라 용기 내어 오프라인 모임과 성장모임을 찾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원을 비우거나 근무시간에 나가서 차 한 잔 마실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던 내가 일주일에 한두 번을 배움을 위해서 성장을 위해서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 익숙하지가 않아서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한번 시작한 것들을 대충하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했다.

대학교 내 몇 개의 과정들을 이수하며 내 일과 관련되지 않은 사람들을 처음으로 만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차 한 잔 마시는 시간이 넘 불편하고 마음 쓰이고 불안했지만 점점 익숙해져가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꼭 원을 지키고 있지 않더라도 업무적인 부분을 나누어서 할 수 있게 되면서 차츰 용기가 생겨났다.

하나를 도전하니 또 다른 것들이 궁금해졌고

궁금한 것들을 어떻게든 배우고 느끼며 필요한 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재미에 빠지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쓰던 열정이 나의 배움의 열정으로 바뀌면서 몸은 조금씩 건강을 찾아가고 있었다.

체중도 관리가 되면서 혈압과 관절염이 치유가 되었다.

더 이상 환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내 몸에 병이 오더라도 여유 있게 그들을 다스릴 용기와 지혜가 생겨났다.

어차피 살아가며 아파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최소한 덜 고생하면 아프게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나갔다.


내가 건강관리를 위해 유일하게 잘 할 수 있는 것은 걷기이다.

시간과 여유가 생길 때 다른 건 몰라도 나를 위해 걸을 생각이다.

그 길이 어떤 길이든 길 위에서 나를 치유하도록 노력하려한다.

내가 이것저것 배우며 채워가며 성장하는 모습은 나를 생기 있게 만들어주었다.

앞만 보고 정신없이 살 때는 사실 내 모습에 대해 별로 관리 하지 않았었고 아직은 에너지 넘치는 젊은 기운이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프고 나니 나를 돌보고 가꿀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20대의 젊음을 부러워하고 30대의 완연한 아름다움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나는 40대 내 모습이 너무 좋았고 농후하게 익어가는 50대의 지금이 너무나 행복하다.

충분히 젊은 시절 잘 보내고 아이들 키우며 완연한 여성으로써 자리매김하며 지내온 세월의 흔적이 훈장처럼 남아있는 중년의 내 모습을 사랑하기로 했다.

점점 자신감 없던 내 모습에서 조금씩 늙어가고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을 사랑하다보니 이만큼 나이 들어 예쁘다는 말을 곧잘 듣게 되었다. 쑥스럽지만 기분 나쁘진 않았다.

앞으로도 나는 예쁘게 나이 들어가고 예쁜 할머니가 되어가고 싶으니깐.

나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은 매우 만족해했다.

늘 혼자 끙끙거리며 가끔은 툴툴거리다 지쳐서 힘들어하고 아파하던 내가 기운 차리고 뭐든 배우고 관리하는 모습에서 남편도 어렵게 시간 내어 대학원과정에 입학을 했다.

장학생으로…….

늦깎이 대학원생이 된 남편은 최선을 다해 일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나도 내년에는 좀 더 깊이 있는 공부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아이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으니 부모인 우리들도 우리의 위치에서 주저않거나 안주하며 가는 세월을 붙들려고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더 노력하고 성장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

나이가 들어서 하는 성장이야말로 진정한 내 공부요 제대로 된 성장이 아닐까싶다.

20대30대의 성장은 사회의 일원으로 시작하기위한 준비의 시간이었다면 나이40대 50대에 맞이하는 성장은 진정 삶을 풍성하게 하고 깨달음과 지식의 기쁨을 배울 수 있는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렇게 지나온 내 반백년의 시간들을 돌이켜보며 글쓰기 하고 있는 것도 나는 성장의 시간이라고 본다.

아무것도 자랑할 거리도 아무것도 내세울 것도 아무것도 넘치게 완성한 삶이 아닐지언정

지금 이시간이 너무도 좋고 너무도 행복하다.


늘 깨어있고

늘 부지런히 움직이며

늘 끊임없이 변화되려 노력하는 나의 삶.

이제는 아이들이 아닌 진정 내가 성장하는 삶이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더 당당하고 더 멋진 엄마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

나는 두 아들의 엄마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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