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함께하는 추억 공유 만들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by 윤노엘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이 다가온다.

주변의 입시생을 둔 가정에서는 발뒤꿈치를 들고 다닐 정도로 정숙한 집안의 흐름을 살핀다.

입시생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살얼음을 걷는 매일을 산다고 한숨을 짓는다.

그런 어머님들도 안쓰럽지만 사실 그보다 더 안쓰러운 것은 당사자인 아이들이 아닐까 싶다.

최소 12년의 학업 결과를 하루의 성적으로 가늠하는 날이니 그 초조함이야 말로 다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다시 태어나도 고3만은 안 하고 싶다는 큰 아들의 말이 귀에 맴도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가보지 않는 길 위에서 자녀에 대한 욕심이 앞설 때는 나도 누구 못지않은 학업 결과를 중시하는 엄마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이 자라서 엄마인 내 손길이 필요치 않을 때는 함께 추억 만들러 여행을 가자고 해도 시간이 없겠구나. 그러면 아이들이 더 성장하기 전에 어떻게든 더 함께 만들어가는 추억을 쌓아야겠구나.’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 기말고사를 마쳤을 때였다.

주어진 시험 결과에 따라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고 선행을 충분히 공부해야만 하는 여름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아들과 잠시 머리 식히고 휴식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돌아와서 부족한 부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보름만 학교를 쉬도록 하겠습니다. “

그리고 사유서를 쓰고 아이들과 함께 더운 날씨의 유럽으로 날아갔다.


“지금이 아니면 너랑 우리 가족이 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없어질지도 몰라.

공부도 중요하겠지만 엄마는 이 시간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해. 떠나자. 아들. “

그렇게 남들 다 경쟁하는 보충수업을 뒤로하고 보름이란 긴 시간을 걷고 땀 흘리고 웃고 떠들며 그렇게 온 가족이 일탈여행을 다녀왔다. 아들은 분명 휴식의 시간 속에서도 돌아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저 아이가 따라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앞섰지만 내 걱정보다 스스로를 더 잘 알고 노력할 것이라는 것도 믿고 있었다. 결과는 내 생각대로 아들은 휴식 후 가벼워진 마음으로 더 열심히 공부에 몰입할 수 있었고 그때부터 성적이 단 한 번도 내려오지 않고 상승하기 시작했다. 아들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휴식 속에서 얻은 에너지와 긍정마인드로 각자의 위치에서 더 열심히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다음 학년 고2의 여름방학은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더 많이 긴장하고 보충하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은 더 느긋한 마음으로 떠나자를 외쳤다.


“우리 가족 지금이 아니면 함께 시간 맞춰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없을 거야.

고2 선행도 중요하고 입시도 중요하지만 휴식은 더 멀리 갈 수 있는 힘을 줄꺼야 ?

공부는 다녀와서 또 열심히 하자꾸나.

아들은 걱정도 될 만한테 쿨하게 여행을 선택했고 돌아와서 더 열심히 노력했고

부모에게 큰 기쁨과 감동을 주는 아이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철없고 겁 없는 엄마였구나 싶지만 그래도 그 시간들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은 아빠는 아빠대로 늘어난 업무량에 더 바쁜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큰 아들은 대학생활 적응하고 활동하느라 한 달에 한 번도 못 만날 때가 많다. 둘째 아들은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서 일 년에 한 번 한국에 올까 말까이다. 엄마인 나도 바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 온 가족이 같은 시간을 맞추고 일정을 맞추는 것이 이제는 많이 힘들어졌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 우리는 늘 즐겁기만 하다.

그동안 못 보고 지낸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하듯 너무나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나간다.

아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다.

너희들에게 엄마, 아빠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이 될까?
너희들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추억이 제일 많이 남아있을까?

아이들은 대답한다.

“엄마, 아빠는 우리들을 위해 많은 것을 해주려고 노력하시고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죠. 그리고 늘 함께 여행 다니고 새로운 것을 많이 보여 주기 위해 노력하셨던 분인 것 같아요. 우리 가족 하면 여행 다니며 함께한 기억이 제일 많아요. “


내가 기억하는 추억을 함께 기억하고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은 가족의 행복이라 생각한다.

경제적인 것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앞만 보고 여유 없이 사는 삶보다 함께 추억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통의 이야깃거리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참 행복을 느낀다.

자녀들이 어리면 어릴수록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들을 갖길 원하다.

세상 어디를 가도 엄마, 아빠와 함께 있으면 아이들은 누구보다 행복함을 느낀다.

팍팍한 현실의 삶이 여유가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여유 없음 속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당장의 일을 잠시 미루고서 분명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시간적 여유는 현실의 문제이지만 의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금방 자라고 금방 부모의 손길이 필요치 않는 나이가 온다.

그때는 내가 시간적 여유가 되고 경제적 여력이 되더라도 아이들이 원치 않을 수도 있다.

자녀들과 함께 하는 추억 만들기에 지금의 시간과 돈을 아끼지 말길 바란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이 세상을 떠나가게 되더라도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한 추억 한 자락은 분명 내가 가기고 갈 수 있는 재산이 되기 때문이다.


돈보다 더 귀한 것은 시간이며

시간보다 더 귀한 것은 함께 나눈 추억이다.

그 추억을 최대한 많이 만들고 많이 공유하고 많이 쌓아두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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