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전쟁
본격적으로 홈스쿨링을 시작하기 전, 난 오랫동안 ‘내공’을 쌓았다. 큰 아이가 7살 때부터 머릿속으로 온갖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홈스쿨링 관련 책을 찾아보며 나름의 커리큘럼도 짜봤다. 하지만 막상 2월 말이 되자, 딱 완성된 탄탄한 계획표나 멋들어진 시간표는 없었다. 물론 계획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파워 J인 내가 보기엔 이건 너무 허술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걱정보다는 “뭐, 하면 되겠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면 뭐든 잘 될 것 같은 그 특유의 긍정 바이브! 그러다 어느 날, 홈스쿨링으로 아이 셋을 잘 키워낸 선배를 만나게 됐다. 그런데 이 분이 단단히 조언을 해주시는 거다. “홈스쿨링, 만만하게 봐선 안 돼요.” 아, 역시 현실은 다르구나. 이때부터 ‘이거 마음 제대로 먹어야겠구나’ 싶었다.
아가였던 첫 아이가 다 컸구나 싶어 뭔가 뭉클하기도 찡하기도 한 통지표. 그걸 가지고 예비 소집일에 갔다. 번복할 기회는 계속 있었지만, 그 소집일 날 “저희는 홈스쿨링을 할 예정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이 그렇게 떨리더라. 마치 그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듯한 긴장감.
그렇게 시작된 홈스쿨링. 아이러니하게도 가정학교의 입학식은 학교에서 열어준 입학식으로 시작을 알렸다. 학교 측에서 입학식은 참석하라고 했으니 그것도 소중한 경험이려니 기쁘게 갔다. 사실 우리만의 ‘수 가정학교’ 입학식을 조촐하게 하려던 계획이 있었는데, 이것저것 이유로 결국 생략했다. 조금 아쉬웠지만 뭐 어쩌겠나. 입학식 날 담임선생님도 만나고, 교과서도 받았다. 그리고 “정원 외 관리위원회(의무교육관리위원회)”라는 절차의 예고도 받았다.
사실 시작할 때는 모든 게 복잡하고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나가면 되었다. 이렇게 학교와의 인연은 점점 멀어지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우리 가정학교의 항해가 시작된 느낌이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이와 내가 맞춰가면서 최선을 다해 좋은 교육을 제공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때론 생각대로 안 될 수도 있지만, 그 역시 배움의 과정이다. 홈스쿨링은 정해진 매뉴얼을 따르는 게 아니라,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여정을 만들어가는 길이니까. 시행착오도 있고, 가끔은 좀 막막하지만, 그 속에서 나도 아이도 조금씩 함께 자라가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