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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량 Oct 30. 2024

왜 홈스쿨링을 선택했냐구요?

백이면 백 묻는다


“아, 맞다! 큰 아이 이제 초등학교 가죠?”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8살인 큰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소식에 많은 인사가 따라왔다. 친하지 않은 분들은 간단히 지나쳤지만, 좀 아는 분들이나 친한 친구들은 조심스레 물어보곤 했다. “홈스쿨링? 왜?”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살짝 당황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마치 내가 세상을 바꿀 교육 비법을 가진 듯한 그들의 기대 어린 눈빛. 1, 2, 3초의 시간이 지나가고,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잠시 고민하게 되곤 했다.


“차 한 잔 하면서 내 인생 스토리와 신앙 배경, 나의 성향까지 풀어낼 수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겠다. 하지만 잠시의 시간 동안 한 세 문장 정도에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야 하는 이 부담감. 어렵다.



하루는 친한 언니와 함께 있다가 또 질문을 받았다. 1초, 2초, 3초가 지나고 웃음이 터지는 순간, 언니가 나의 대답을 대신 해줬다. “선생님이 꿈이었대요.” 아, 역시! 그 대답이란! 그 덕분에 상황에 따라 준비한 대답 “버전 4”가 탄생하게 되었다.(농담)



사실, 홈스쿨링에 대한 관심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어릴 적 꿈은 국어 교사였고, 한때 다른 길로 가긴 했지만 결국 상담 교사가 되기 위해 대학원까지 갔다. 사람들과 깊이 소통하고,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은 정말 행복했다. 그런데 결혼 전, 공교육에서 다양한 선생님들을 접하면서 고민이 커졌다. 물론,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다는 걸 잘 알지만, 가끔씩 사랑이 없는 몇몇 선생님들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저런 환경에서 잘 자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늘었고, 공교육의 단점이 느껴질 때면 아이들이 좀 더 의미 있는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또 내 성향이란 게, 힘든 일을 자처하고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는 쪽이다. 평범한 길을 걷는 것보단 비범한 길을 가고 싶은 내 마음이 결국 홈스쿨링이라는 선택으로 이어진 건 아닐까.



이 선택의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을 신앙 교육으로 가득 채우고 싶어서였다. 신앙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삶의 가치관을 심어주고, 그들의 영혼을 가꾸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일이다. 현실적으로는 홈스쿨링의 1:1 맞춤 교육이 주는 시간 단축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 보통 고졸 검정고시를 보면 개인차는 있겠지만 1~3년 정도까지 단축될 것이라 보고, 그 시간을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진로 찾기, 여행, 더 심화된 공부 등으로 쓰길 바라는데 아이가 어떤 것을 원할지 그때가 되면 아이에게 어떤 좋은 기회가 찾아올까 기대하면서 희망 회로를 돌려본다.



우리는 이제 7개월 차 병아리 홈스쿨러다.


홈스쿨링이라는 여정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이제 막 누리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이, 홈스쿨링을 하면서 무슨 엄청난 교육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내 길과 방향이 꼭 정답이라는 것도 아니다. 대성공을 거두리라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이 선택이 잘못된 길일 수도 있음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하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벌써 단점도 많이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통해 서로의 가치를 발견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이 나에게는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제는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왜 홈스쿨링이냐는 질문을 받는 모든 순간이 나에게도 새로운 통찰과 기회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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