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전쟁
아침 7시.
알람이 울리며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잠시 오늘의 계획을 세우고 수업할 내용을 살펴본 후, 큰아이를 깨워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둘째와 셋째가 깨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아침 첫 시간부터 수업에 방해를 받지 않으려면 말이다. 큰아이는 잘 일어나긴 하지만, 일어나자마자 집에서 수업을 하겠다고 태도가 딱 잡히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깝다. 일어나자마자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펴고,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독을 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을친절하게 알려주지 못하고, “너 이제 뭐 해야 해? 플래너는 썼어?” 하고 다그치기 바쁘다. 일찍 못 일어나는 날은 마음이 더 답답하다. 다른 아이들은 9시까지 등교하는데, 7시 반에 일어나 준비해서 학교 갈텐데, 얘는 왜 9시까지 자냐고!
사실 나는 저녁형, 아니 거의 새벽형 인간이다.
이런 내가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와 함께 일찍 일어나면서 서로의 피로감만 느끼기시작했다. 아이에게 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항상 일어나 수업 준비가 다 된 모습으로 거실 큰 책상에 앉아 성경을 읽곤 했다. 내가 힘드니, 아이가 따라오지 않는 것에 화가 났던 걸지도 모른다.
홈스쿨링이 몇 달쯤 진행되자, 어느 날 아이가 스스로 일어나 성경 음원을 틀어놓고, 눈으로 성경책을 따라 읽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날 나는 늦잠을 잤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한 번 살펴보니, 큰아이의 머리맡에 자기가 좋아하는 책, 그 위에 성경책, 그리고 성경책 위에 쪽지가 있었다. 가까이 가서 읽어보니 쪽지에는 “성경 먼저”라고 쓰여 있었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책을 보는 아이인데, 그책보다 성경을 먼저 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나 보다. 잘 안 되고 까먹으니 써 놓은 것이다. 이렇게 귀여울 때가… 사실 그 쪽지는 자주 이불 속으로 날아간다(ㅋㅋㅋ). 아침에는 쪽지가 어디 갔는지 모르고,평소처럼 책을 먼저 보곤 한다. 어떤 날은 성공하기도 한다. 지금은 엄마가 자고 있어도, 혼자 6시에 일어나 성경을 읽고 학습지도 다 풀어놓은 후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실컷 읽기도 한다. 엄마가 일어나 거실에 나오면 “엄마, 나 아침에 할 일 다 했어요!” 하며 웃는다.
매번 완벽하지 않다.
아침 루틴이 항상 계획대로 잘 맞아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은 확실히 좋은 변화였다. 아침마다 작은 실패도 우리에겐 소중한 경험이 되었고, 이제는 시간표대로 철저하게 모든 걸 해내지 않더라도 유동적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더 이상 예민해지지 않게 되었고, 오히려 매일매일의 변화 속에서 아이와 나의 유대감은 더욱 깊어졌다. 아이는 늦잠 자는 엄마를 평가하거나 한심하게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걱정이 가득한 마음으로 아이를 대했던 것이다.
이런 작은 변화가 나에게는 큰 의미였다.
아침의 전투에서 아이가 자립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마치 ‘엄마의 작은 전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듯한 기분을 주었다. 홈스쿨링은 때로는 학교보다 더 많은 과제를 안겨주지만, 종종 우리 가족을 더욱 조화롭게 이어주는 신비로운 과정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아침이 오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우리만의 방법으로 의미 있는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