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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 사라짐을 확인하는 시기

동네에울려 퍼지는방송을 들으며

by 기록

추석이라고 하지만 제사를 지내지 않기에 가족들 얼굴만 보고 바로 시골집으로 내려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이라고 하면 농촌을 떠올리지만 재미있게도 제 경우는 본가는 아파트입니다. 헬스장과 커뮤니티룸이 있고 25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이며 그 근방에는 편의점이 종류별로 있고 술집과 제과점 초등학교 등 해당 지역을 둘러싼 4개의 아파트 근방에 모든 것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한편 제가 살고 있는 곳은 밤이 되면 개구리울음 소리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하천을 따라 만든 산책로에 날이 좋은 날이면 뱀들도 나와 볕을 쬐는 그런 시골입니다.


쉬고 있는 중에 알아듣기도 어려운 방송을 하던 마을 스피커에서 민요가 흘러나옵니다. 하지만 민요가 끝나고 나서 잘 들리지도 않는 방송 중 '별세'란 단어를 통해 누군가 추석 연휴 기간 중에 세상을 떠났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노래는 고인을 보내는 노래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방송을 듣고 나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순간을 남겨 보고자 합니다.


우선 이 기록을 하면서 펜과 종이가 아닌 플라스틱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펜과 종이에 남긴다라는 말이 비유적인 표현으로 다수가 기록을 자신의 스마트 폰이나 노트북에다가 합니다. 이런 중에도 신기하게 아직도 '펜과 종이'란 말은 순간을 기록한다는 메모에 대한 비유적 의미의 자리를 내놓지 않고 지키고 있습니다. 이는 어쩌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과거의 추억을 붙잡고 있는 희망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본가 아파트에서 6시 30분이 되면 나오는 방송이 있습니다. 우리 집 바닥은 다른 집의 천장이란 방송입니다. 또는 아파트 소독을 하거나 지하 주차장에 무엇인가를 해야 할 때 전체 방송이 나옵니다. 이런 방송 이외에 한 마을 안에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는 것은 참으로 일상적이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이 마을에 사는 주민과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의 수는 얼추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넓게 펼쳐진 이곳에서 들리지도 않는 방송에 따라 사람들이 움직임이 보이지만 아파트에서는 모르겠습니다. 마을을 펼쳐 두느냐 세워 두느냐 차이같은데 그 모습은 다릅니다.


시골이지만 나름 번화가인 이곳에는 다양한 프랜차이즈들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5일 장이 섭니다. 이것도 도시적인 모습과 시골에 대한 이미지가 함께하는 모습이라 생각됩니다. 이 5일장도 음식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거리에 진열해 두고 브랜드 라벨이 없는 제품을 보시는 어머님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어머님들께서는 구매하실 때 옷이 얼마나 튼튼한지 그리고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지 마지막으로 가격을 살펴보십니다. 이런 상황을 통해서 문학 작품들에서 시골은 본질적인 공간이라고 하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도시에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칠 때는 가슴에 붙은 브랜드의 라벨이 중요합니다. 특정 고가의 브랜드는 자신보다 가격이 낮게 책정된 제품 상징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외부에 라벨 표시를 없애기도 합니다. 이런 도시의 삶과 비교해 보면 시골에서는 삶과 관련된 본질에 중요도를 둡니다. 옷이 몸을 가리고 디자인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미를 표현하면 됩니다. 이런 와중에서 파밭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 세워둔 차를 보면 고가의 외제차가 보입니다. 시골에서 시골 나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지만 한편 그 모습이 변화되어 있습니다. 옷을 고를 때 본질에 집중하면서 고르는 모습과 있을 수 있지만 농사를 짓는 곳에 왜인지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의 고급 승용차와 허름한 옷을 입고 작업하시는 분들이 공존하는 그런 공간입니다.


지금은 제사를 지내지 않지만 과거에는 큰집에 가서 제사를 지내고 오래된 놋그릇에 담긴 밥 하나를 다 먹기도 했습니다. 옛날 사진에 나온 현재 스테인리스 밥공기 3개를 합쳐 놓은 크기의 그릇입니다. 그 밥을 다 먹고 나면 할 것이 없어서 아궁이 앞에서 소죽 끓이는 김을 보고 불을 보면서 뭐 더 태울 것이 없나 하고 돌아다녔습니다. 그 무쇠솥 근처에는 고양이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온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던 큰집은 어느 날 소를 키우는 축사를 제외하고 집은 한옥에서 양옥 방식으로 다시 지었습니다. 청소년기에는 양옥으로 된 큰 집을 가면서 편하다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 생각하니 무엇인가 그 집에서 사시는 분들은 불편하셨겠지만 그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지 않음에 대한 아쉬움이란 이기심이 듭니다.


추석 안부를 물어보는 친구들의 안부 문자는 맛있는 것을 많이 먹으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사를 지내지 않아 전이나 한과 등을 먹을 일이 없고 동생이 사 온 평소에 가격이 부담스러워 먹기 힘든 고급 제과점 제품을 먹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구들 또한 어린 시절 이후로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고 본인들도 불고기나 갈비처럼 별다르지 않은 음식들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추석 당일이 지나고 나면 외식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


큰집에서 제사를 지낼 때는 그것을 핑계 삼아 가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사가 불편해지는 시기가 되어서 점차 축소하다가 사라지고 이제는 그것을 이유로 찾아가던 일도 점차 사라졌습니다. 제 경우는 어렸을 때 경험을 바탕으로 명절이라고 하는 특별한 모습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이후 세대에서는 명절이 과연 명절의 의미를 가질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쉬는 날로 의미를 가질 것인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옳은 방향인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왜인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렸을 때 아무것도 없는 시골집에서 심심해서 아궁이를 보고 고양이를 보고 큰집 앞에 흐르는 멀리 뛰기를 하면 한 번에 건널 수 있는 작은 물길을 보면서 보냈던 경험 자체게 제 이후 세대에는 경험할 수 없을 것입니다.


뜻하지 않게 우연히 듣게 된 오늘 민요인 줄 알았는데 고인을 보내는 노래 그리고 마을 전체에 알리는 부고 소식. 추석이라고 마을 상인회에서 모여 행사를 하는 등 이런 모습이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지만 그것을 주관하는 사람들은 불편하겠지만 외부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런 모습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남아있기를 희망합니다.


명절이 명절인지 아니면 단순히 쉬는 날인지 의문을 가지면서 이만 글을 맺습니다.



- 즉흥적 쓰기로 고의적으로 퇴고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이 아닌 만큼 흐트러짐 속에서 진솔함이 스미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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