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안아줄 수 있기를

넘어지고 또 넘어질 테지만 그럼에도 나를 안아줄 수 있기를

by 윤슬

살다 보니 스스로를 안아줘야 할 순간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나에게 "너는 잘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순간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향해 있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난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

내가 작아지는 느낌이 드는 그 순간이 나를 꽉 안아줘야 할 타이밍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들에만 관심이 많았던 학생이었다


경쟁 사회에서 더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싫어하는 과목까지도 다 잘해야 하는데, 그 당시의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과목들에 집중하며 좋아하는 과목들만 성적이 높았고, 나머지 과목들의 성적은 바닥에 있기도 했다


그때는 바닥에 있던 점수들이 부끄럽기보다는 잘하는 과목과 못하는 과목들이 중간지점에서 만났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저 내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내성적에 맞춰서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보다는 "내가 잘하는 게 뭘까"를 고민하고 "나는 어떤 직업을 가지고,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를 더 고민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저 대학교는 취업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에 나는, 웨딩플래너라는 직업과 이벤트 플래너라는 직업을 상상하며 대학교에 입학했다. 졸업 후에도 물론, 큰 꿈을 가지고 웨딩회사에 입사했지만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부분들이 많아 포기하게 되었다


오랜 꿈을 포기한다는 것,

어쩌면 나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려왔던 꿈이었기에 당연히 오래 유지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 뒤로도 나는 다양한 직업을 갖게 되었다


청소년 지도사, 라운지 매니저, 게스트하우스 스텝, 대학병원 비서, 대기업 비서, 영업 사원, 인사담당자까지 서비스업부터 사무직이라고 말하는 업무를 하기도 했지만, 그 어떤 일도 사람이 개입되지 않는 일은 없었으므로 모든 일은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했고 월급을 주는 곳이니 그저 참는 일들이 많아졌다


회사 생활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행복했던 순간들도 분명 존재하지만 많은 순간들은 화가 나기도 하고, 무기력 해지기도 하고, 속상한 일들도 많았지만 나는 다시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회사 생활을 유지하려고 하던 때도 있었다


힘들 때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를 안아주려고 노력했던 시간들 덕분에 나는 스스로를 안아주는 법을 조금이나마 배웠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삶이 바빠진 지금, 누구에게 위로받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 대신 이제는 스스로를 안아주려고 노력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나는 여전히 스스로를 안아주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모든 순간에 책임감을 느끼는 일이 아닐까


이십 대 때에는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지지해줄 친구들이 항상 함께 여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지 못했다. 대학부터 연애 취업까지 고민하는 부분이 비슷했고,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면서 살아왔으니까


삼십 대가 되면서 우리의 삶은 각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공부를 하고, 누군가는 회사를 다니고, 누군가는 아기를 키우고, 누군가는 여전히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고 - 우리는 고유한 각자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요즘, 누구보다 각자의 삶에 애쓰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기를 원할 뿐이니까


예전처럼 서로에게 힘든 시간들을 투정 부리기도 하고, 서로 위로해주며 시간을 보낼 수는 없을 정도로 각자의 일상에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아졌기에 이제는 스스로 안아주는 법을 부지런히 익혀야겠다고 생각하는 날들


누군가의 힘든 시간을 위로하고 안아주던 우리는,

이제는 스스로의 힘든 시간을 안아주는 우리가 되기를


나 역시 누군가에게 위로받으려 하기보다 스스로를 안아 줄 수 있는 사람, 누구보다 나에게 가장 다정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한다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못났더라도, 조금 부족하더라도 괜찮다

스스로를 가장 다정하게 안아 줄 수 있는 나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