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되었던 날
2012년, 내가 집을 떠나 혼자의 삶을 처음 경험해본 건 22살 때 일이다
그저 하고 싶은 게 있다는 이유만으로 집이 아닌 타지 생활을 시작했다
22살의 나이였고,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경주에서의 삶은 나에게 큰 용기가 필요했던 선택이었다
어린 나이였고, 사회초년생이었던 나에게도 고민의 연속이었다. 갈까 말까를 수없이 고민하다가, 내가 또 언제 경주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한 달의 고민 끝에 "가보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 당시 친구에게 "나 일 년 정도 경주에 다녀올 거 같아"라고 이야기했고, 친구는 "왜 꼭 경주에 가야 하느냐며" 이곳에도 일자리가 많은데 꼭 가야 하느냐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면 엄마는 늘 부엌에서 분주하게 요리를 하고 계셨다
"어서 와, 배고프지? 얼른 밥 먹자"
엄마는 딸들이 올 시간에 맞춰 요리를 하셨고, 우리는 엄마가 해주시는 따듯한 밥과 찌개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경주에 가서 일을 배우고, 주말에는 숙소에서 생활을 했다. 평일 5일은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숙소에서 함께 지냈고, 금요일이 되면 동료들은 각자의 집으로 흩어졌다
동료들은 경주 근처에 살았기에 금요일이면 모두 집으로 향했고, 나 역시 3~4시간이 넘게 걸리는 집으로 오곤 했다. 집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가족들을 보며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지만 처음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떤 부분을 참고 이겨내야 하는지 몰랐던 나는, 그저 참는 게 옳은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부당 해고를 당할 뻔했던 일을 가족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고, 그렇게 나의 첫 사회생활은 억울함과 눈물이 섞이기도 했고 좋은 분들을 만난 덕분에 경주라는 도시를 찾을 때마다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좋은 기억이 되었다
집이 너무 멀어서 숙소에서 주말을 보낼 때면, TV 하나 있는 작은 방한칸에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종종 숙소 밖을 나와 여행을 하기도 했지만, 해가 떨어지면 어둠이 짙게 깔리는 동네가 무서워 자주 나가지 못했다.
사실, 돌이켜보면 경주에서의 생활을 어떤 마음으로 이겨냈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단지, 내가 시작했던 일을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첫 사회생활의 두려움을 스스로 이겨내야만 한다는 책임감만 존재했을 것이다, 첫 사회생활 덕분에 내가 조금씩 자라났고 나는 여전히 그날들을 추억하곤 한다
퇴근 후 돌아갈 집이 있다는 감사한 마음
사실 나는 집의 아늑함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세 딸이 함께 살면서 항상 누군가와 함께 방을 써야만 했고, 평생 동안 내방이 아니라 우리 방만이 존재했기에 나에게 집은 잠만 자는 곳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처음 타지 생활을 하면서,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감사했다. 주말이면 멀어도 내가 돌아갈 집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집을 나오고 나서야 처음으로 집의 소중함을 알았다
경주에서 집으로 돌아왔고 다시 원래의 일상을 살아가면서 가족과 집에 대한 소중함이 크게 느껴졌다. 온전한 내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과 우리 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진짜 내 집이 있다는 사실이 소중했다
역시 사람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들에서 멀어져 봐야 감사함을 알게 되는 것일까 생각했던 날들. 종종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삶을 살다 보면 집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나를 반겨주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될 것이다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자, 나의 일상의 소중함은 짙어진다
종종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요즘의 나는, 퇴근 후에 돌아올 수 있는 집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감사함보다 퇴근길이 멀다는 이유로 투정을 부리곤 했다. 혼자라는 외로움과 혼자 있다 보면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며 문고리를 꽁꽁 걸어 잠가야 했던 매일 밤을 지나고 나니 북적북적한 집에서 나의 시간을 집중할 수 없다는 투정을 부리며 독립을 해야 할 때가 온 거라며 생각하기도 했다
사실, 나는 혼자 사는 일이 아직 두려운 사람 중 한 명이다
어두운 방에서 혼자 눈을 감을 때면 온갖 무서운 상상들이 자리 잡아 잠이 쉽게 들지 못한다. 어떤 날은 혼자 떠난 여행에서 게스트하우스에서 6인실에 혼자 방을 배정받아 잠을 청해야 하는 날이 있었다. 예전에 같은 여행지에서 친구와 여행 중에 방문을 마스터키로 열고 들어왔던 트라우마가 있어서 혹시나 누군가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날을 새고 나서야 지쳐서 잠들었던 기억이 있다
결국, 사람은 가진 것에 대한 투정은 늘 생기기 마련이고 투정이 생길 때마다 나를 돌아보는 일을 게을리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가족의 곁에서 지내는 일이 어떤 날은 감사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결국, 나는 양쪽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며 살아가고 있다
늘 완벽한 100프로 삶을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때로는 내가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동경하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누구든 100프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한결 나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가벼워지기도 한다
1%의 아쉬운 마음을 채우면 또 다른 아쉬움이 생겨나듯 그렇게 우리는 삶이라는 여행 속에서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종종 눈을 돌리기도 하지만, 나의 삶에서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 감사하며 살아가는 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가 가진 것들이 늘 당연한 것들이 아니며 언제든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 내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잃지 말자, 조금 부족해 보이는 삶일지라도 나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삶이니까 말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내가 가지고 누리고 있는 것들에 감사함을 잊지 말고 살아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