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매한 재능으로 재미있게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에
퇴근 후 책상에 앉는 이유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퇴근 후에는 내 방의 작은 책상에 앉는다
누군가 나에게 업무 지시를 하지 않지만 퇴근 후와 쉬는 날을 이용해서 내 일을 한다.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 요즘 내 삶의 가장 큰 활력소이다
월급이 없는 삶의 두려움
20대를 살아오면서의 퇴사는, 내가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다 보니 여러 번의 퇴사를 경험하게 되었지만 어렵게 취업한 회사에서 내가 스스로 퇴사를 하는 일은 어쩌면 불안함이라는 불구덩이에 다시 한번 나를 던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퇴사하고 싶지 않았지만 퇴사해야만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일의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는 사회초년생이었던 내가 감당하기에는 벅차게만 느껴졌다. 상사 A는 어떤 날은 버럭 화를 냈고, 어떤 날은 간식을 챙겨 주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몰랐고,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에 늘 중간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만 했다
긴 시간 동안 무직의 상태로 살아봤기에 월급이 없는 삶이 두렵기만 했다
무조건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 퇴근을 했지만 머릿속에는 업무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다. '내일은 어떤 일로 나를 괴롭힐까?' 그저 두렵게만 느껴졌고 어떤 날은 혼자 울면서 잠들기도 했다. 사회생활의 경험치가 부족했던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다른 상사는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세요" 라며 손을 내밀었지만, 나는 그 손을 잡을 용기가 없었다
유난히 하늘이 예뻤던 가을이었다
시원한 바람에 대학교 운동장에서 동료와 함께 도시락을 먹고 하늘을 마주했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하늘에 아무 감정이 들지 않았다. 무서웠고, 두려웠다. 돈을 좇다가 정말 내가 사라질 것만 같았다. 결국 퇴사를 하게 되었고 또다시 월급이 없는 삶의 두려움을 느껴야만 했지만 돌이켜보면 내 선택이 옳았다. 내 마음이 무너져 내리면서까지 지켜야 하는 일은 없다, 그 무엇보다 내 마음이 우선이니까
삶이라는 여행에서 여행자로 살아가는 일
여러 번의 퇴사를 경험하면서 또다시 퇴사를 생각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왜 퇴사를 원하는 걸까?" 요즘의 나에게 묻곤 한다. 그저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퇴사를 결정 하기보다 퇴사를 해야 하는 진짜 이유를 찾고 싶었다. 답은 가까이에 있었다, 회사를 다니기 싫다는 단순한 마음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온전히 '내 일'을 하고 싶어졌다
20대의 나는 좋아하는 일로 행복하게 일하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특별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늘 내 일에 대한 욕심은 가득했지만 스스로의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할 수 있어"라는 말보다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만이 가득했다
평범하고 애매한 재능이라고만 생각했다
평범하고 애매한 재능만 가지고 있는 내가 내 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이 51%였고,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49%를 차지했다. 미세한 차이지만 용기가 없던 나는 늘 두려움이라는 거대한 파도 뒤에 숨어 허우적거리곤 했다. 더 이상 높은 파도 뒤에 숨지 않으려 한다. 파도를 타는 서퍼의 마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나를 믿어야 하는 날들 속에서 살아간다
애매한 재능으로 재미있게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저 퇴사를 하고 싶다는 목표가 아니라 인생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할 수 있다는 행운이 아니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겸손함이 아니라 당당함으로, 내 일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걸어 보려 한다
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하듯 내 삶도 걸음마를 시작해 보려 한다
회사에서 퇴근 후 책상에 앉는 일이 즐겁다. 누가 시키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내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차근차근 걸어가 보려 한다. 하루에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나는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성장했을 테니까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조금씩 용기를 내는 일
두려움을 피하기보다 두려움을 마주하는 사람이 되는 일
하루에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어느새 뛰게 될지도 모르는 일
내 삶의 여행 속에서 온전히 여행자로 살아가는 일
오늘도 퇴근 후 책상에 앉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