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에 자꾸 서운한 마음이 피어오른다
서로가 서로에게 더 깊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연인에게 자주 서운하다는 감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남들이 자주 싸운다는 남자문제, 여자 문제, 술 문제, 게임 문제 등 자주 접하는 서운함의 문제는 아니었다. 하루의 생활 패턴이 달랐던 우리는, 내가 하루를 시작하면 그는 하루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었고, 데이트의 패턴 낮시간보다 밤에 만나는 시간이 늘어갔다. 당연히 내가 연인을 이해해줘야 하는 부분이었는지도 모른다, 고백을 하던 날 그는 자주 보지 못할 수 있음을 이해해달라고 이야기했고 나 역시 그런 부분에 쿨하게 오케이를 외치고 시작된 인연이었다
낮 시간에 나의 일상을 공유하는 건 어려웠고, 유일하게 퇴근 후 전화가 우리의 연결 고리가 되었다. 처음에는 그와의 늦은 통화가 달콤하게만 느껴졌다. 한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나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행복함 - 너와 내가 이렇게 다른 일상을 채워가고 있지만, 서로가 노력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시간들이었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마음은 더 깊이 채워졌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지 못한 상태로 시작했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서운함이 쌓여만 갔다. 연인은 한참 많은 일들을 해내느라 바쁜 상황이었고, 나는 조금 안정기에 들어온 탓에 유독 서운한 감정들이 쌓여만 갔다. 그는 해야 할 일들이 많았던 사람이었고, 나는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조절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보니 당연히 서운한 마음이 불쑥불쑥 찾아오는 건 내쪽이었다
서운한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서운한 마음을 연인에게 들키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매일 일상을 공유하는 연인에게 나의 마음을 숨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나는 서운한 마음을 자주 들켰고, 그는 나의 서운한 마음에 당황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나 역시 내가 왜 이리 연인에게 서운한 마음을 크게 느끼는지 당혹스러웠고, 그는 나의 이런 서운한 마음에 당혹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겠지
너와 나, 우리의 사랑의 표현방식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연인 역시 혼자가 아니라 둘이 되면서 나의 일상을 돌보랴, 스스로의 일상을 돌보랴 분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하루를 온전히 채우면서 나의 마음까지 돌보느라 바빴을 테고, 온전히 자신을 위해 쓰던 시간을 나와 함께 나누기 위해 분주했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왜 자꾸 서운한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올라 우리 사이를 이렇게 갉아먹는 걸까
나 역시 내 인생에서 사랑이 1순위인 사람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 있고 내가 챙겨야 할 사람들이 있기에 연인과의 사랑이 무조건적인 1순위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나의 연인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그렇게 우리는 잘 통한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겉으로는 사랑이 1순위가 아니라고 말했던 나였지만,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깊어질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에 확신이 생기고 믿음이 생기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 속에서 나는 서운한 마음이 자주 찾아와 훌훌 털어버리지 못했고, 나의 연인을 힘들게 했던 것 같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면서도 이왕이면 말하지 않아도 조금씩 나의 마음에게 안부를 묻고 나의 마음을 안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날들, 그런 마음이 채워지지 못한다는 걸 느꼈던 순간 나는 연인에게 서운하다 라는 마음을 자꾸 비춰내버리고 말았다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이야기하는 연인과 유난히도 사소한 감정들을 안고 살아가면서 두려움이 커져 말하지 못하는 나,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왔고 오늘도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가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감을 느끼며 함께 하는 일은 혼자였을 때는 가지지 못하는 수많은 행복함을 안겨주면서도 또 다른 수많은 감정들을 함께 건네 온다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산책을 하는 기분, 어떤 풍경을 마주하더라도 하하호호 웃으며 함께 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바랐지만 자꾸만 어두운 밤을 마주하는 너와 나의 마음이 조금씩 두려워지기도 한다
너와 나,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수많은 사랑을 마주하며 걸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