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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네 Apr 22. 2016

아빠와 맥주의 원리

2013.9.21

아빠 가게에 왔다.
아빠의 몸은 해가 갈수록 말라있다.
누구보다도 건장했고, 누구나 부러워했던 체격인데 내가 나이를 먹고 머리가 커지는만큼 우리 아빠는 작아진다. 하루에 1,2시간 자는건 다반사라고 했다. 어쩜 그래. 그러면서도 내일부턴 회사 쉬는날이라고 좋아하는걸 보면 우리아빠같이 참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이 없는것 같다. 난 그에 비하면 게으르고 게으르고 게으르다.


카운터에 앉아서 책 보는데 손님 중 하나가 물어왔다. 나중에 (졸업하고) 뭐 할거냐고.
공부를 더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아부지좀 봐요. 그 많던 근육들 다 빠졌어. 아부지가 엄청 고생한다는 것만 알아요." 라고 말한다.
안다. 나도.
아빠가 저 멀리 자리를 정리하고 카운터로 돌아오는데 얼굴에서 빛이난다.
참으로 귀한 빛.
이렇게나 피곤하고, 이렇게나 고생하는데도 얼굴에서 빛이난다.
우리아빠는 욕심도 많은건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왜. 그 편한 직장도 있고, 나이가 있으니 직급도 있고. 같이 맞벌이하는 엄마도 있는데.
왜. 이렇게 자도자도 부족할 잠을 못자고 이렇게 안해도될 고생을 하는지.
지금이라도 그만둘 수 있는데 왜 그러지 않는것인지, 왜.


피곤해서 주변사람들이 더 힘들어하는데도 얼굴에 빛이 나는 것인지. 웃음기가 입에 걸려있는지.
나도요즘 아빠를 닮아가는 것 같기도하고.
그러나 닮으려면 아직 한참 남았고.
뭔가 처음 태어나 맥주를 마시던 때가 생각이 난다.
목구멍이 뜨거웠다.
분명 내가 마신건 차가운 맥주였는데, 시큼한듯 뜨거웠다.
이런것을 어른들은 왜 마시나. 의아해 했었다.
오늘 그 느낌이다.


우리아빤 목구멍이 뜨겁고 시큼한데 왜 하고있을까.
그러나 세상의 많은 어른들은 그 뜨겁고 시큼한맛만 나는 맥주를 사랑하듯
우리아빠도 그렇게 아빠의 것들을 사랑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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