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안부

by ㄱㄷㅇ

아무렇지 않은 하루를 보낸 적이 언제였던지 가늠도 되지 않을 무렵

단순히 숨을 쉬고 내뱉는 것조차 어색해 가슴에 손을 얹어야 한다

힘껏 숨을 들이마셔야 이내 부풀어지는 가슴을 느끼고

곧 나는 '정상적'으로 숨을 쉬고 있음을 깨닫는다


타인에게 곁을 내주지 않는 건 오랜 습관 같은 것이라

내 걸음에는 오로지 나의 자국만이 남아 있을 터였다

분명히 그럴 것이라 여기고, 깊게 베인 상처에 천을 덧대었을 뿐이다.

단순 사고라고 여겼던 순간의 상처였다.


어느 날

조용하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나를 찾는 누군가의 부름은 곧 물음으로 바뀌었다

잘 지내느냐는, 가벼운 안부


잠시 얼굴을 보자던 그의 연락에

나는 '알겠다'는 답을 할까 일순 망설였고

곧 핸드폰의 화면이 어두워졌다. 그곳에 비친 건 나의 얼굴이었고

다시금 고요하던 방에 짧은 진동이 일었다

'도망의 끝엔 결국 절벽만이 남아 있음을 알아

그는 내가 도망치는 중이라고 했다

현실이란 세계에서 무엇에도 함께하지 못한 채로

그는 화를 내고 있었다

문자 속 텍스트 너머로 느껴지는 그의 감정은

분노이자 동정이었다

그는 나를 불쌍히 여긴다.

과거의 나는 그러지 않았을 거라며 어떻게든 그때의 나를 꺼내려한다


그의 안부인사는 가볍지 않았다

나는 그저 밝아졌다 어두워지는 핸드폰 화면만을 응시했다


몇 번의 알람이 울리다 끝내는 배터리가 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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