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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Jun 08. 2023

[제품의 탄생] 2. HR과 연결하기

플랫폼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가, 구매를 위해 어플 설치를 강요 받을 때다. SNS 카카*톡 중 상단에 뜨는 광고를 자주 본다. 워낙 옷에 관심이 많은 나는 주로 맘에 드는 스타일이 배너에 뜨면 클릭하는데, 클릭 후 어플 다운까지 간 적이 없다. 왜? 안그대로 넘쳐나는 패션 플랫폼에 브랜드마다, 홈쇼핑 채널, 명품채널, 스포츠채널 등 이미 깔릴대로 깔린 어플이 있어 추가로 어플을 깔아야 한다면 그냥 구매를 포기한다. 왜? 대체제는 많으니까. 차라리 첫 구매는 웹이나 앱으로든 할 수 있고 재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어플 설치 안내나 베네핏을 준다면, 내 행동이 달라졌을 것 같다. 옷을 사기 위해 광고를 본게 아니라 광고를 보아서 호기심이 생겼고 호기심에서 괜찮다로 넘어가면 충분히 구매를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제품의 탄생을 읽고, 이런 생각이 나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기업 입장에선 다소 위험할 수 있단 생각을 한다. 분명 가장 비싼 광고료를 지불하며 온국민이 다 깔고 있는 카카오 앱에 노출을 한 것인데 클릭만하고 구매를 하지 않는 나같은 고객이 넘쳐난다면 기업 입장에선 광고료만 날리는 것이 아닌가. 물론 광고료 지불방식에 따라 다르겠으나 퍼널 중 한 명의 고객은 놓쳤다. 구매의 행동이 이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왜 우리의 서비스나 제품이 더욱 '고객경험경로'를 통해 디테일하게 다듬어져야 하는지 알 것 같다.



피터드러커는 ‘기업의 목적은 고객의 창조’라고 했다.

고객의 창조는, 우리의 사업/기업이 시장에서 유무형의 가치를 주고 있고, 그 가치를 구매할 고객이 계속해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고객과 가치를 주고 사는 거래가 없어진다면, 시장에 존재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고 거래가 지속되어야 시장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업은 시장에서 고객과의 거래가 지속(재구매,재방문)되고 더 많은 고객과 튼튼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렇다면 고객과의 거래가 이루어지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며 거래가 됐다, 되고 있다를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 정해야 한다. 또한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할지도 정할 수 있다.


그럼 여기서, HR은 해야 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무엇으로 정해야 하는가? 

다른 회사에도 있는, 조직이라면 응당 있어야 하는 직무를 기본으로 세팅하고 넣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구매로 이어지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놓치는 건 없는지(나처럼 구매하지 않고 광고만 보고 빠져나간 다면 무엇으로 막아야 할지, 내가 타겟고객이 아니라면 타겟고객을 어떻게 더 유인해야 하는지), 고객이 다시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하는지 살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치를 주기 위한 활동들이 조직에서 직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 안에 먼저 일이, 즉 직무가 잘 세팅되어야 한다. 그 일의 세팅과 틀을 잡는 역할이 HR이지 않을까? 조직을 잡고 흔드는 것이 아니라, 유관부서와 계속 소통하며 우리가 고객에게 주고자 하는 가치가 고객에게 잘 전달되는지, 구매까지의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는 것은 없는지 늘 생각하고 대화하며 일을 더 정교하고 수준을 높여 가는 것이다.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고민하여 만들어진 일은, 조직 내부에서 동의를 받고 협조 받기도 쉬워진다. 왜 이 일이 되어야 하는지 함께 나누고 정하니 그 일이 잘 되는 것은 당연하다. 기존에 존재하던 회사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일보다 기존의 해 온 일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안하면 안 될 것 같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진단해야 한다. 고객이 경험하는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 경로가 촘촘하게 짜이지 않으면 그 틈새로 많은 고객이 빠져나갈 수 있는데, 그 틈새를 메우고 짜는 것이 곧 우리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HR이 직무 중심, 직무 기반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가 결국 직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업으로 부터 필요한 일을 직무로 만들고 되게 만드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조직이 정한 일이 우리의 성과를 위해 필요하고 해야하는 일인지, 그 일은 '고객경험경로'상 우리의 고객을 유지, 유치하기 위한 일인지 조직 내 소통이 되어 잘 흘러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을 정하면 유관부서와 소통하여 일의 성과, 목표, R&R을 정하고 그 일의 요건에 맞는 사람을 채용하고 배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에 맞는 책임을 다하면 그 일에 맞는 보상을 주는 것이다.


전 회사에서 '고객 인사말'을 창업주님이 정해서 다같이 인사하자고 캠페인을 했었다. 사무직 직원도, 매장의 직원도 모두 그 인사말을 쓰며 고객에 대한 다짐을 새기자는 것이다. 마치 군대의 경례와 버금가는 인사말이 지금은 온데간데 없고 인사말이 이상하다는 가맹점(1차 고객)으로부터 숱한 비난(그게 말이냐? 방구냐?)도 있었다. 정작 우리의 서비스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인사말인데 궁금해 하는 고객(최종 고객)은 몇 안되고, 그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 옷, 모자를 만들고 포스터를 만들고 노래를 만들고, 워크샵을 했다. 차라리 그 비용을 매장 청결이나 위생에 쏟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일이 그만큼 중요한데, 하지 않아야 할일을 하지 않도록 PM이나 HR이나 대표나 같은 곳을 봐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나에게 그 고민을 하도록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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