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Pick, 기념일 선물 골라드려요

제육볶음 나라의 신입 앨리스 #4

by 생각할 윤

에서 홍일점인 여직원은 팀원들에게 '여자'를 대변하는 존재가 된다. 그래서 우리 팀원들도 여자의 생각이니 기호가 궁금할 때면 홍일점인 나에게 며시 질문을 건넨다. 예를 들면, 자신의 와이프와 싸웠는데 와이프가 화난 이유가 무엇인지, 소개팅 상대의 행동이 호감 신호인지 등등. 물론 나도 모든 여자들의 마음을 찰떡같이 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팀원들의 사랑과 평화를 지켜드리기 위하여 홍일점 신입사원은 늘 성심성의껏 답변을 한다.


특히 팀원들이 나에게 가장 질문을 많이 하는 소재는 '기념일 선물'이다. 결혼기념일, 생일, 화이트 데이 등 애정을 듬뿍 담은 선물을 주어야 하는 날이면 팀원들은 어김없이 나를 찾는다. 이번 의뢰인은 얼마 전 유부남이 된 강 대리님이다.


"내일 화이트데이인데 와이프한테 뭐 사주면 좋을까요? 선물할만한 게 너무 없어요."


오케이, 의뢰 접수 완료. 먼저, 선물을 받는 대상의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의뢰자에게 몇 가지 질문 양식을 던진다.

작년에는 어떤 선물을 드렸나요? 와이프님은 단 것을 좋아하시나요? 몇 시에 선물을 드릴 예정인가요? 어디서 선물을 드릴 예정인가요? 희망 금액대는 어느 정도인가요?

강 대리님은 열심히 응답을 한다. '와이프는 단 것을 매우 좋아하고, 작년에는 마카롱 선물을 주었다. 퇴근 후 집에서 간단히 줄 선물이다.'


두 번째, 은 정보를 기반으로 선물 리스트를 추린다. 선물을 추릴 때 쓰는 나만의 선물 선택 기준이 있다.


- 대기업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공산품 X

- 작년 선물과 중복 X

- 3만 원 이하의 가격 X

- 포장을 갖춘 선물이어야 함.


이 기준을 충족하면서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선물을 리스트 업한다. 심사숙고 끝에 강 대리님에게 추천한 화이트데이 선물은 '약과쿠키 세트'였다. 다음 날 강 대리님은 약과쿠키를 선물로 사갔고, 와이프님이 굉장히 좋아하셨다 후기를 들려주셨다.


그 후로도 신입사원 Pick 선물은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 성행을 이루고 있다. 이제는 어느 기념일이 다가올 때면 팀원들은 AI에게 질문을 하듯이 자연스럽게 선물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마치 선물 컨설턴트가 된 것처럼 선물 상담을 해드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초 회사의 홍일점으로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파리바게트에서 이 케이크 사면 어떨까요?"

"음.. 그것보다는 회사 뒤에 OO카페에서 홀케이크 파는데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이 립스틱이랑 이 립스틱이 유명하다던데 둘 다 같은 색 아니에요?"

"아뇨 아뇨, 하늘 아래 같은 색조는 없어요. 여자친구분이 주로 쓰시는 색을 확인해 보시고 맞춰서 사시면 좋아요."


의뢰인들은 피드백을 듣고 나름대로 여러 고민을 하며 선물을 산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후다닥 선물을 사 오시는 모습들이 귀여워 보이기도 한다. 내가 골라드린 선물을 받는 사람이 좋아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깨가 으쓱 해진다.


누군가의 고민을 함께 한다는 것이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지만, 팀원들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라는 보람이 내게는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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