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etter lif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평변호사 Aug 12. 2017

욕하는 아이들

일상의 변론

초등학교 1학년 아들녀석이 게임을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아이 씨X"이라고 욕을 했다. 옆에 있던 나는 순간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과 함께 예외일 것만 같았던 내 자식이 똑같이 욕을 한다는 사실에 당혹감이 몰려 왔다. 


나 역시 욕을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나 후배에게 욕을 한다. 욕하는 나도 듣는 상대방도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 친근감의 표시라서일까. 


그리고, 욕의 의미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화를 야기시킨 상대방에게 욕을 한다. 물론, 상대방이 듣지 않는 상황에서 시원하게 욕을 한다(공연히 욕을 하게 되면 법적 처벌대상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 하는 욕이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완화시켜주는 느낌도 든다. 


초등학교 4학년, 5학년의 조카들이 명절에 집에 왔을 때 어른들 사이에서 '욕'에 관한 화두는 나의 관심을 끌지 못 했다. 요즘 아이들은 욕이 들어가지 않으면 대화가 안된다는 둥, 카톡 등 SNS에서도 욕을 많이 사용해서 그것을 부모가 증거로 캡쳐를 해 놓고 나무래도 소용이 없다는 둥. 


당시 위 화제는, 내 자식은 욕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철저한 착각에 나의 관심을 끌지 못 했다. 


하지만, 옆에서 아이가 욕을 하는 것을 라이브로 듣게 되니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생각과 아울러 내 자식도 예외는 아니라는 허탈감에 빠진다. 


지나가는 중고등학들이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여 보면, '썅X, 개XX, 좆XX, 또라X' 등등 엄청난 횟수와 강한 액센트로 대화의 대부분이 이루어져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욕에도 의미가 있는데, 그 의미를 알고서 아이들이 사용하는 것일까. 욕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알면 욕을 덜 사용하게 될텐데. 이런 생각도 잠시뿐이다. 나역시 욕의 의미를 몰라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있는 상황에서는 욕을 삼가하기 때문에 어른들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 한다. 분명 쉽게 익혀 널리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한글이 만들어졌을텐데, 이토록 우리의 아이들이 욕을 많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책임과 잘못은 우리 어른들에게 있을 것이다. 어른들이 얼마나 욕을 습관적으로 자주 하는지에 대해 인식조차 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엄마, 아빠도 욕하잖아!". 이 항변에 제대로 대꾸할 수 없음은 예상보다 어른들이 욕을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욕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지속적으로 지도하지 못 한 것도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이유이다. "욕하면 안돼!". 이게 전부다. 그리고, 요즘 애들이 다 욕을 사용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태도도 문제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에 실감한다. 어른들이 스스로 자각하고, 개선해 나가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욕하지 마라고 거리낌없이 야단칠 수 없다. 바르고 고운말은 사람의 정서를 순화시켜 주지만, 욕은 마음에 무언가 찝찝한 앙금을 남기는 것만 같다. 


지금부터 욕을 하지 않도록 다짐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모니터링하기로 한다. 가급적 욕을 대부분이 사용하지 않도록 어른들의 지속적인 솔선수범이 필요해 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타리아득(他利我得)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