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다가오는 무렵, 짧아진 낮길이 때문에 퇴근길에 밀려오는 착잡함, 침잠감, 우울감 등이 마음을 다소간 힘들게 한다.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은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숱한 본연의 질문들이 다른 때와 달리 샘솟는다. 그리고, 다소간 기분이 가라앉는다.
스물네살의 여직원에게 물어본다.
"너는 괜찮니?"
"네, 저는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아요. 다만, 춥다는 생각 밖에는 없어요"
중년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과 젊음이 더 충만한 시기를 달리 살아가고 있는 차이일까. 생경한 답변에 더욱 우울해진다.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감정을 겪는다고 확인만 된다면 나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너는 시험 잘 봤니?", "아니 망했어"라는 답변을 들을 때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처럼 져물어 가는 시기에 찾아오는 단조의 감정들이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님을 확인받고 위로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