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내가 잘 알지"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지긋하게 연세드신 한 선배 변호사의 말이다. "변호사 생활을 좀 해보니 의뢰인과 10분 정도만 대화를 나누어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어!"


연륜과 경험으로 사람을 단시간 내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 순간 부러움이 일었다가 의문에 빠졌다. 과연 사람을 단시간에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오랜 시간을 함께 해야만 사람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사람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대상일까.


다소 철학적인 질문에 가깝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어떤 질문이 더 타당한 것인지, 각 질문에 대한 답이 있는 것인지 생각이 꼬리를 만들어 나간다.


'사람을 안다', '누군가는 이런 저런 사람이다'


어떤 사람을 정의내리고 설명한 결과는 오롯이 자신의 주관적 평가에 의한 것이다. 그 주관적 평가에 사용된 채점기준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 그리고, 눈에 비친 타인의 일부분이다. 타인의 모습 중 일부를 가지고 주관적인 경험과 생각의 평균값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기 때문에 쉽게 사람을 단정짓고 구분지을 수 있게 된다.


역으로 누군가가 '나'를 잘 안다라고 하는 말을 듣거나 '나'에 대해 '이런 저런 사람이다'라고 평가한 결과를 접하게 되면 최우선으로 생기는 것은 그 평가에 대한 반감이다.


'나에 대해 뭘 안다고 함부러 지껄이는 거지!'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단정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타인은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한 존재라서 복잡하고 보다 심층적인 자신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너를 알지만, 너는 나를 잘 알지 못한다'는 반토막도 안되는 결론에 이른 후 자신감에 빠진다.


세상은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안다고 착각에 빠져 있다고 평가된 사람들과 겉보기와 달리 복잡한 심층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으로 나누어 진다.


사람을 어느 시점, 어느 상황에서는 최소한으로 파악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 시절, 그 상황에서 그 사람은 이런저런 사람이었다고 조심히 추측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시점과 상황이 변화되면 그 사람에 대한 파악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그렇듯 말이다.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방식은 자신을 평가하는 방식과 같아야 한다. 자신이 이해받고 동정받고 인정받으려면 나에 대한 평가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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