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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pr 17. 2019

아포페니아[ Apophenia ]

일상의 변론

팬티를 뒤집어 입었더니 복권에 당첨이 되었다. 팬티를 뒤집어 입으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인식하게 된다. 머리스타일이 마음에 들게 손질되었거나 화장이 잘 먹은 날에는 일이 술술 풀리는 듯 하다. 헤어스타일과 화장에 대한 만족도가 업무성취도를 높여주었다고 인식한다.


아포페니아(Apophenia)는 아무 관련, 관계가 없는 현상들 간에
어떤 의미나 규칙, 관련성을 찾아내서 이를 믿는 현상을 말한다.


전쟁 중에 한 병사가 한참 전쟁을 치르던 중 바닥에 핀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신기하게 여겨 상체를 아래로 굽혀 네잎클로버를 따려서 하는 사이 총알이 그를 피해갔다는 연혁에서 네잎클로버의 발견은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믿고 있다.


건축 중에 있는 건물에 화재가 나면 그 건물은 번창한다. 운전 중 차량에 새똥을 맞으면 돈을 많이 벌게 될거라는 말도 있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 밤에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다. 불장난을 하면 밤에 오줌싼다. 이 밖에도 수없이 많은 아포페니아가 세상에는 널려 있고, 대부분 이를 믿고 있다. 아무 근거나 관련성도 없는데 말이다.

문득 시간을 보니 4:44!

동양에서는 '4'에 대해 불길한 믿음을 가지고 있고, 서양에서는 '13', '666' 등에 대해 불길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3'에 대해서는 신비감을, '7'에 대해서는 행운의 믿음을 가지고 있다. 여러 연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숫자와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 사이에 연관성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단지, 좋지 않은 일이 우연과 겹쳤을 때, 그 원인을 아무 죄도 없는 숫자와 연관지어 '그래서 이렇구나!'라고 한다.



아포페니아의 실용적 측면을 따져보면 몇가지 양상을 띤다. 첫째는 잘못된 습관이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공포심을 줌으로써 아무 관련이 없는 A와 B를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인위적으로 부여하는 것이다. 불장난의 방지, 야간에 휘파람을 불지 않도록 하거나 숟가락을 뒤집어 놓지 않도록 하는 등 방지나 중단을 위해 아포페니아가 일어난다.


둘째는 나쁜 결과 B에 대해 정확한 원인분석을 기피하거나 자신의 귀책을 인정하는 것이 자존심 상해서 숫자나 불길하다고 믿는 무관한 A의 책임으로 돌림으로써 마음을 편히 하고, 합리화를 위해 아포페니아가 일어난다.


셋째는 우연한 A를 목격하거나 행하였기 때문에 좋은 결과 B가 발생했다고 믿는 경우이다. 좋은 결과 B의 발생은 아주 우연인 것으로 그 발생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이다. 네잎클로버나 2달러 때문에 목숨을 건지거나 왕비가 된 사정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는 않다.


넷째는 불운, 불행한 사정 A를 긍정적인 B로 생각하기 위한 경우이다. 건물에 불이 나면 그 건물에서 장사가 잘된다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볼 필요없이 터무니없는 이야기이다. 이사하는 날 눈이나 비가 오면 잘산다고 하는 것도 같다. 하지만, 상황이 뜻하지 않게 불리하거나 불운한 경우에 침울해 하고, 한탄하기 보다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아마 긍정적인 결과를 나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렇지 않게, 비판적 수용없이 자연스럽게 듣고 익히게 된 아포페니아가 좋은 영향을, 때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 이유는 그렇다고 믿는 우리의 인식 때문인데, 관례화되어 이를 고치거나 크게 이의를 제기하기도 귀찮은 일이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나 사건에 대해 근거없이 음모론을 펼치는 것도 아포페니아다.


아포페니아 자체는 중성적이다. 다만, 긍정적인 아포페니아는 그 방향으로, 부정적인 아포페니아는 그 반대방향을 믿고 행동하면 크게 손해볼 일은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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